5만명 가입 주택연금, 열 자녀 안부러운 ‘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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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출시 역모기지론, 실버세대 노후대책으로 인기
2016년 ‘3종세트’로 문턱도 낮춰… ‘사전예약’ 가입 2년새 2만명 넘어
하반기엔 ‘가입주택’ 임대도 추진




황 모씨(62·여) 부부는 14년 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새 아파트를 구입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당시 6억3000만 원이던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4억2000만 원을 빌렸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열심히 갚아 나갔지만 여전히 2억4000만 원의 원금이 남아있었다. 매달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원리금을 갚다 보니 월셋집에 살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고민 끝에 황 씨는 지난해 2월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찾아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남아있던 대출을 한 번에 갚은 것은 물론이고 매달 57만 원의 연금도 받고 있다. 그는 “남편 퇴직이 코앞이라 대출금을 갚아 나가기가 버거울 것 같았다”며 “평생 이 집에서 그대로 살 수 있고 매달 생활비도 생겨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2007년 첫선을 보인 주택연금이 올해 초 10년 만에 가입자 5만 명 시대를 열며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집 한 채는 갖고 있지만 노후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고령층들이 빠르게 주택연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8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는 5만489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연금을 받는 역(逆)모기지론이다. 집값 9억 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나 보유 주택 합산액이 9억 원 이하인 다주택자가 가입할 수 있다. 현재 72세 가입자가 2억9000만 원짜리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99만 원가량을 받는 게 평균적인 모습이다.

특히 가입 문턱을 낮춰 2016년 4월 선보인 ‘내 집 연금 3종 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가입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종 세트 중 하나인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가입자는 벌써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만 40세 이상이 보금자리론 대출(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대상)을 받으면서 60세 이후 주택연금에 가입하겠다고 ‘사전 예약’하면 금리 혜택을 받는 상품이다. 정부가 보금자리론 소득 기준을 올리겠다고 예고해 앞으로 가입자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 씨가 이용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812명이 가입했다.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이 많아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고령층을 위해 대출금 상환 목적일 때 목돈으로 당겨 받을 수 있는 일시금 한도를 기존의 50%에서 70%로 높인 상품이다.

집값 1억5000만 원 이하인 주택을 1채만 보유한 고령층에게 연금을 8∼15% 더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은 2615명이 이용하고 있다. “집값이 낮아 주택연금에 가입해도 얼마 받지 못할 것”이라며 망설였던 고령층에게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1억3000만 원짜리 주택을 소유한 75세가 일반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49만6000원을 받지만 우대형에 가입하면 54만7000원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더 낮추고 월 수령액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도 나올 예정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에 가입된 주택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금은 주택연금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해 임대 수익을 추가로 얻는 게 불가능하다. 9억 원 이하 주택만 가입하도록 제한한 규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장우철 주택금융공사 본부장은 “주택연금 가입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가입 후 집값이 떨어지거나 기대 수명이 늘어나도 가입 당시 산정한 월 지급금이 평생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주택연금#역모기지론#노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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