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메기효과’… 시중銀들 앱 고치고 금리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터넷銀 1년… ‘新은행시대’ 열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3일 오픈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365일 24시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신(新)은행시대’를 열었다. 이어 7월에는 카카오뱅크가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첫날 15만여 명이 신규 회원으로 등록돼 은행권을 놀라게 했다. 인터넷은행들은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앱)과 높은 금리 혜택을 무기로 내세웠다.

인터넷은행들이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보수적인 시중은행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대출 금리를 내리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앱을 개선했다. 카카오뱅크가 이달 초 5000억 원을 증자한 데 이어 케이뱅크도 4월 중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두 은행은 이를 통해 대출 여력을 확대하고 새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 출범 1년 맞은 인터넷은행

인터넷은행들은 높은 금리 혜택을 앞세워 시중은행들의 고객을 뺏어왔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당시 대출 상품의 금리를 시중은행들보다 1∼2%포인트 낮게 책정해 출시했다. 중금리 대출의 금리는 제2금융권이나 개인 간 대출(P2P) 상품보다도 저렴했다. 금리 혜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인터넷은행들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빠르고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은행에는 지점, 창구 직원이 없다. 임차료나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금리 혜택을 높이고 지점 역할을 하는 앱에 신경 썼다. 홈 화면에서 보유 계좌를 한눈에 보여주고 메뉴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10초 안에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강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목표로 했던 여신 4000억 원, 수신 5000억 원을 영업 개시 100일도 안 돼 달성했다. 지난달 말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회원 수는 각각 68만 명, 546만 명이다. 케이뱅크의 여신 금액은 9700억 원, 수신 금액은 1조2100억 원이다. 카카오뱅크는 5조5100억 원, 6조4700억 원이다.

○ 실탄 마련해 올해도 ‘메기’ 역할

인터넷은행에 자극을 받은 시중은행들도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신용등급 1, 2등급 기준)는 연 3.88%, 3.59%로 KB국민은행(3.31%), NH농협은행(3.44%)보다 높다. 주요 은행들이 인터넷은행에 맞춰 금리를 낮춘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전월세 대출 상품을 최근 내놨는데 최저 금리가 연 2.82%로 KEB하나은행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내놓은 특판 상품(2.83%)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들은 앱도 개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통합 앱인 ‘신한 쏠(SOL)’을 내놓았다. ‘신한 S뱅크’(은행 거래), ‘써니뱅크’(외화 환전) 등 별도로 운영되던 6개 앱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여기에 따로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계좌 이체, 잔액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키보드뱅킹)도 넣었다. 하나은행도 고객 상담, 환율, 가계부 기능을 제공하는 3개의 앱을 조만간 통합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력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의 모바일 및 인터넷 대출 신청이 200% 늘었다. 인터넷은행이 그만큼 업권을 변화시킨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선도적인 상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인터넷은행#케이뱅크#금리#앱#카카오뱅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