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재무제표 숫자 뒤에 숨은 본질을 파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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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가 직원 2000여 명을 대거 해고한 결정적인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2010년부터 해고 직원들이 쌍용자동차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손상차손’이었다. 손상차손은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회사 자산의 손실을 산정해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해고당한 직원 측은 쌍용자동차 경영진이 손상차손을 부풀려 대규모 직원 해고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4년 11월 쌍용자동차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해고 노동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 번째 시리즈로 출간한 ‘숫자로 경영하라 4’를 통해 쌍용자동차 사건을 포함해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굵직한 경영 이슈를 분석했다. 최 교수 분석의 핵심은 바로 ‘숫자’다. 재무제표에 기록된 숫자 뒤에 숨어있는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안갯속에 가려진 사안의 본질도, 핵심 쟁점도, 나아가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도 찾아낼 수 있다.

최 교수는 쌍용자동차 경영진이 최종 판결에서 승소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쌍용자동차의 어려웠던 경영 상황을 분석해 손상차손이 객관적으로 산출된 숫자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따지고 들면, 사실 손상차손은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의 해고 절차나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점에 분노했다. 반면 경영진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손상차손을 지나치게 강조해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는 쟁점 때문에 양측은 수년을 법적 공방으로 허비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과 KB국민은행의 빅 배스 회계처리, STX 경영권 분쟁에서 상환전환우선주의 역할, 한미약품 신약 개발과 관련한 내부정보 유출 등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숫자 뒤에 숨겨진 사안의 핵심을 짚었다. 누가 경영하느냐, 비즈니스모델이 무엇이냐만큼 중요한 것이 회계다. 경영 활동 최전선에 있는 독자들이 경영 원칙을 세우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만한 선례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재무제표#숫자#본질#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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