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中더블스타에 매각 재추진… 노조는 고공농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상반기(1∼6월) 중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45%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부터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채권단이 정한 노사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블스타로부터 금호타이어에 6463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더블스타가 6463억 원(주당 5000원)을 투자하면 지분 4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더블스타는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2대 주주(23.1%)로서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고 국내 시설투자용 신규 대출을 최대 2000억 원 규모로 내주기로 했다. 또 5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더블스타의 중국 내 영업망을 이용해 회사 부실의 주범인 중국 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 투자액과 추가대출을 합친 신규자금 약 8500억 원을 통해 약 5년간 국내 시설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합병(M&A) 계약 때 양해각서(MOU)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 상대방과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산은이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 청산가치는 1조 원으로 계속기업가치(4600억 원)보다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법정관리+워크아웃)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채권단은 신규 자금을 8000억∼1조800억 원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효과는 미미하다. 법정관리로 가는 경우엔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수석부행장은 “(노조가) 마지막까지 (해외 매각을) 수용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은 노조로 넘어갔다. 지난달 28일 채권단은 채권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주기 위한 조건으로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해야 하는 시한을 지난달 26일에서 이달 말로 미뤄줬다. 이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는 노조가 반대하면 들어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며 “노조는 인건비를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수준으로 낮추는 자구 계획과 해외 매각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가 외국에 팔리는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을 우려해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2일부터 노조 집행부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20m 높이 송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해외에 팔지 않겠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고공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협상 시한을 무한정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두 달째 월급을 못 받을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목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은택 기자
#금호타이어#더블스타#경영권#매각#중국#노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