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전기 사용량 확 줄이게 한 ‘넛지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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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넛지(nudge)는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쓴 책 제목으로 활용되고 세일러 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을 가진 고유명사가 됐다. ‘넛지’는 사람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이끌기는 하지만 강제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들을 통칭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코스모 연구팀은 넛지를 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우선 아일랜드 5000여 가구에 피크타임(오후 5∼7시)에 전기를 사용하면 더 비싼 전기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연구팀은 단지 전기료에 대한 정보를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기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일부 가구에는 전기료 고지서를 한 달에 한 번 발송하고 다른 가구에는 두 달에 한 번 발송했다. 연구팀은 고지서를 자주 받는 가구일수록 전기 소비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전기 사용량과 그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일부 가구에 IHD(In Home Display)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전기 사용량과 비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 전기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세우고 그 사실을 알렸더니 피크타임의 전기 소비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고지서를 한 달에 한 번 받는 가구들의 피크타임 전기 소비량도 두 달에 한 번 받는 가구보다 적었다. 또한 IHD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및 비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구들의 전기 소비량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명한 선택은 삶의 질을 높이지만 우매한 선택은 삶을 피곤하게 한다. 문제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지적, 유전적, 감정적 오류로 우리의 판단과 선택은 최선 또는 최적에서 멀어질 때가 많다. 넛지라는 외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현명한 선택을 늘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dbr#전기#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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