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주고 보내줍니다”… 유통업계 ‘아빠 육아휴직’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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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3개월간 임금 100% 보전
롯데, 2017년 12월 기준 1100명 육아휴직… CJ, 배우자 출산시 2주 유급휴가

두 살배기 딸을 둔 현대백화점 전모 과장(36)은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울음이 터지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전 씨는 “아빠와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두고 출근할 때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지금은 육아휴직 중인 아내가 올봄에 복직해야 하는데 이후의 육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전긍긍하던 전 씨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이 올해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직원들의 3개월 치 통상임금을 전액 보전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인 통상임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최대 150만 원)의 차액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휴직 3개월 이후부턴 정부 지원금만 받을 수 있다. 전 씨는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섣불리 신청하지 못했는데 회사의 지원으로 올 3월부터 육아휴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아내도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성 직원들의 육아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준 1100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롯데그룹은 배우자가 출산을 하면 남성 직원도 무조건 한 달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은 롯데 직원”이라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앞으로 금전적 지원과 기간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배우자 출산 시 2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또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시 아빠에게 2주간 휴가를 주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희망자에 한해 무급으로 2주의 추가 휴가도 쓸 수 있게 한다.

현대백화점은 3개월간 임금 보장 외에 기존 출산휴가(7일)를 포함해 최대 1개월간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月)제도’를 도입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자녀를 둔 남성 직원 중 희망자는 한 달간 매일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배우자의 육아 부담을 덜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백화점을 시작으로 향후 그룹 전체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를 장려하는 기업이 최근 늘고 있지만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경제적 지원 확대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직장인 김모 씨(32)는 “남성 직원들의 육아를 장려하는 제도가 늘고 있지만 상사 눈치를 봐야 하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그룹의 경우에도 맞벌이 가정의 남성은 최대 1년까지 휴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 직원이 의무사용 기간인 한 달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남성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남성의 육아를 독려하고 있는 분위기는 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여전히 육아휴직 때문에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쓸 수 있도록 일부 회사에서 운영 중인 남성 육아휴직 의무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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