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면접위원과 같은 모임 회원… 면접자 속으로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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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최근 5년 채용비리 조사
대책본부가 밝힌 ‘맘대로’ 백태

#1.
2014년 A공공기관 채용 면접장에 들어간 면접자 C 씨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기관장인 B 씨는 물론이고 면접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같은 사(私)모임 소속 회원들이었기 때문이다. C 씨는 면접 이후 인사위원회 심의도 없이 해당 기관에 취업했다.

#2. D공공기관은 3년 전인 2014년 1명을 채용하는 자리에 서류합격자 30명을 발표했다. 통상 서류합격자는 선발 인원의 2∼5배를 뽑는 것이 관례다. 채용 인원의 30배를 선발한 것도 문제였지만, D기관은 갑자기 서류합격 인원을 선발인원의 45배까지 더 늘렸다. 정부는 특정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합격자 수를 임의로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 채용에서 전방위적인 비리가 발생해온 사실이 정부 조사로 확인됐다. 기관장이 특정인을 뽑기 위해 면접위원 구성부터 채용요건, 평가기준 등을 마음대로 조정하면서 ‘공사(公社)’가 아닌 ‘개인회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채용을 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 기관장 맘대로, 나눠먹기 횡행한 채용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는 본부가 설치된 이후 그동안 조사한 중간점검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각 부처 산하 27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 동안 이뤄진 전체 채용을 약 45일 동안 점검했고, 2234건의 문제 사례가 적발됐다.

대책본부는 이 중 143건은 각 부처에서 문책하도록 하고, 23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대책본부 측은 “수사 의뢰 대상자엔 각 기관의 공공기관장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채용비리의 대부분은 기관장의 인사 전횡에서 비롯됐다. 면접위원을 기관장이 합격 내정한 면접자에게 유리한 식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가장 많았다. E기관은 채용 면접위원이 아닌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가 선발 대상자 2명 가운데 1명에게만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받은 면접자만 채용했다.

공공기관 내부의 ‘끼리끼리’ 문화도 채용 비리를 키운 요인이다. 지난해 한 공공기관은 채용 정보를 외부 공개하지 않고 산하 협회 등 특정 홈페이지에만 공시했다. 해당 공공기관 전직 임원이 추천한 인사는 이 덕분에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공공연한 채용점수 조작 사례도 적발됐다. 올해 한 공공기관은 선발하려는 지원자의 경력 점수가 경쟁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채용담당자가 나서 고득점 경쟁자의 점수를 낮추는 일이 벌어졌다.

○ 채용비리 신고센터 상설 운영

정부는 이번 중간결과 발표 이후에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문제가 크다고 본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채용 관련 심층 조사에 나선다. 소관 부처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과 경찰청까지 현장조사에 나선다. 또 행정안전부가 824개 지방 공공기관을 조사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2개 공직유관단체에서 채용비리가 이뤄졌는지를 점검한다. 정부는 앞으로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상설 운영해 내년에도 각 공공기관의 채용 문제를 파고들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를 종합 분석해 연말에 공공기관 채용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사항”이라며 “각 부처가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조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공공기관#채용비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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