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가세로… 중소형 OLED 큰 싸움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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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석권해온 삼성-LG 위협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면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한국과 중국 업체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독점해 온 국내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징둥팡과기그룹·京東方科技集團)는 내년 애플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BOE의 첫 번째 6세대 OLED 공장인 ‘B7’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플렉시블과 폴더블 OLED를 생산할 예정인 B11과 B12에도 월 4만5000장 생산 설비를 갖추도록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추후 B14와 B15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다.

BOE를 비롯해 CSOT, 비전옥스,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 라인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가 계약을 체결한 업체를 밝히진 않았지만 삼성, LG와 같은 스펙으로 수율을 맞춰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애플을 비롯한 자국 업체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본격화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각 업체의 기술 및 설비 부족으로 플렉시블 OLED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삼성과 LG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까지 플렉시블 등 중소형 OLED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 나가면서 과잉 공급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게 되는 시점에는 고객사 유치를 위해 업체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의 의존을 줄이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애플은 다수의 디스플레이 공급사를 두길 원하지만 경쟁사들의 기술력 한계로 ‘아이폰X(텐)’의 OLED 디스플레이 전량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았다. LG디스플레이도 구미의 E5, 파주의 E6 공장을 중심으로 중소형 OLED 생산에 나선 데 이어,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애플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한 차원 진화된 OLED를 선보이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중소형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전만 해도 40% 수준이었지만 올해 3분기 60% 후반대로 늘었다.

애플에 중국 업체들이 OLED를 공급할 가능성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애플이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공급사로 선정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권오경 한양대 공과대학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중국 업체가 내수시장에 공급할 만한 수준의 OLED는 생산할 수 있겠지만 애플은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애플에 OLED를 납품하기까지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oled#디스플레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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