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언제까지… 업계 “내년 하반기엔 낙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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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조금씩 제기되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 논란이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 불붙었다. 다른 IB와 관련 기관 등으로부터 엇갈리는 전망들이 제시되면서 반도체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오자 27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5.1%나 떨어졌다. 이 보고서 한 장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8조2029억 원이 증발했다. 반도체 양대 산맥인 SK하이닉스 주가도 2.4%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하루 뒤인 28일 골드만삭스가 삼성전자에 대해 상반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긍정적인 기조 의견을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52만 원을 유지했다. 주가는 1.2% 반등했지만 29일 다시 그만큼 내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도 전망치를 내놨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4087억 달러(약 440조 원)가 될 것으로 봤는데 이는 6월 전망치에서 200억 달러나 올린 수치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로 인해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WSTS는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이 4373억 달러까지 성장은 하겠지만 성장률은 7.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는 전년 대비 20.6% 성장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등장해왔다. 당초 호황이 2019년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내년이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조만간 하락세가 시작될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달 “내년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뒤 2019년부터는 축소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내년 반도체 시장은 올해에 비해 4% 성장하겠지만 그 다음 해에는 1%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신규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19.7%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클라우드와 AI, IoT 등의 발달에 따른 수요 증가로 호황이 지속되겠지만 그동안 이어진 대규모 투자로 공급도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지난달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슈퍼사이클이) 확실하다”면서도 “하반기는 수요는 좋은데 공급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점차 한계에 다다르면서 투자액에 비해 생산량이 과거만큼 늘어나기 힘든 상황도 변수다. 2019년에 접어들면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양산체제를 갖춰 반도체 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기술 격차가 존재하고 있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하기 힘들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소한 내년 하반기에도 호황이 이어진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9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10나노 2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세대 공정은 기존 1세대 공정에 비해 성능은 10%, 전력 효율은 각각 15%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 미국 오스틴에 이은 세 번째 파운드리 팹(Fab·공장)인 화성캠퍼스의 ‘S3’ 라인의 파운드리 공정 양산 준비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재희 기자
#반도체#슈퍼사이클#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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