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기업구매 절반넘게 뚝… 전통시장 ‘추석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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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기업독려 시스템 사라져… 올해 판매액 669억원에 그쳐
중소벤처부 장관 공석… 대응 부진
소상공인들 “연휴 특수 남의 일”

추석 연휴를 앞둔 25일 광주 북구 동문대로 농산물시장에 사과, 배, 포도 등 경매에 부쳐질 각종 제수용 햇과 일이 가득 쌓여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추석 연휴를 앞둔 25일 광주 북구 동문대로 농산물시장에 사과, 배, 포도 등 경매에 부쳐질 각종 제수용 햇과 일이 가득 쌓여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온누리상품권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의 구매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5일 재계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국내 기업들이 사들인 온누리상품권은 669억7000만 원에 그쳤다. 전년도 같은 기간 1924억2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는 아직 추석 당일(10월 4일)까지 지난해(9월 15일)보다 열흘가량 남은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수준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온누리상품권 판매 집계를 △공공 △개인 △기업 3개 부문으로 관리한다. 공단 측은 “기업 판매량은 크게 줄었지만 공공과 개인 구매가 늘어난 덕에 전체 총 판매액을 비교해보면 지난해보다 600억 원 정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5일까지 총 판매액은 8012억6000만 원, 올해는 같은 기간 7404억7000만 원이었다. 기업 부문 비중이 24%에서 9%로 줄어든 것을 그나마 공공과 개인이 상당 부분 메웠다.

이처럼 기업 판매가 급감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국정 농단 사태의 영향이 크다. 과거엔 경제단체들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상품권 판매를 제안하면 주요 기업이 그룹 차원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 같은 시스템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삼성은 매년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계열사의 구매를 독려해 왔지만 올해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구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 7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2015년 약 597억 원, 지난해에는 약 382억 원어치를 샀지만 올해는 7월 말까지 약 12억 원어치만 사들였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이후 추가 구매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도 7월 말까지 125억 원어치만 구매했고 현재까지 약 57억 원어치를 추가 구매한 정도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는 임금협상에서 1인당 50만 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전체 구매액이 1000억 원이 넘었다. SK와 LG, 롯데 등도 7월 말 이후 추가 구매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관이 공석인 관계로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공공기관에만 구매를 독려하는 공문을 내보내고 민간기업에는 중기부 산하 지방청들이 전화 및 방문 등을 통해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의 대변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주저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도 중기부 측으로부터 회원사들에 구매를 독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공문을 보내진 않고 비공식적으로 몇 군데 회원사에만 별도로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장 10일까지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 등은 특수를 보지만 시장과 소매상에는 발길이 끊길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판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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