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통신비 내리고 지원금 풀고… 울고 싶은 알뜰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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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할인 확대로 저가 경쟁력 약화… 10월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통3사 ‘사실상 공짜폰’ 봇물 예상
“전파세 감면 등 우리 요구는 외면”… 알뜰폰 업계, 정부정책 불만 토로

이동통신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다음 달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이달 15일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을 앞두고서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할인 및 지원 확대를 무기로 저가요금제 가입자들을 넘보면서 알뜰폰 업계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최근 기존 스마트폰 지원금을 일제히 올렸다. SK텔레콤은 1일 삼성 갤럭시 S8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6만 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기존 13만5000원에서 19만 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3월 출시돼 지원금 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는 LG G5는 일부 요금제에서 출고가 수준인 69만9000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사실상 ‘공짜폰’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 후부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KT는 이달부터 20만∼30만 원대 저가 단말기 12종의 지원금을 출고가의 87% 수준으로 올렸다. 일선 대리점에서 지급하는 15%의 지원금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기존에 지원금 폭이 크지 않았던 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의 혜택이 크게 늘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0일 LG Q6의 지원금을 6만 원대 요금 기준으로 15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높였다.

값싼 요금을 무기로 이통 3사와 경쟁하던 알뜰폰 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통 3사의 선택약정 할인폭이 커지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 그동안 최대 33만 원으로 묶여 있던 지원금 상한제가 풀리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 3사의 물량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실제 알뜰폰 고객들이 이통 3사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어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원금이 비슷해도 알뜰폰 요금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이통사와 경쟁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지면 정말 걱정”이라고 했다. 이통 3사의 선택약정 할인폭 확대로 고객들이 선호했던 알뜰폰의 가격 메리트가 줄어드는 것도 알뜰폰 업체들에는 ‘악재’다.

지난달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발표 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할인이 실제 적용되는 9월까지 기다리는 수요가 급증했다. 8월 이동통신 서비스 번호이동 건수는 43만 건으로 7월 51만 건보다 약 8만 건이 감소했다. 특히 알뜰폰 업계의 타격이 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알뜰폰 시장은 사실 4월부터 얼어붙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는 이통 3사보다 30∼50% 싼 요금으로 올 초까지 매월 2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뺏어 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5월, 이통 3사 대비 고객 쟁탈 실적이 1만 명 이하로 내려갔고 7월에는 오히려 이통 3사에 4000명 가까이 고객을 뺏겼다. 이에 일부 알뜰폰 업체는 공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CJ헬로비전은 1일 2만 원대 요금에 1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유심(USIM) 10GB 요금제’를 내놨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정부가 이통 3사에 대한 선택약정 할인폭을 늘리면서 도매대가 인하, 전파세 감면 활성화 등 알뜰폰 업계를 위한 정책은 뒤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혜택으로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만 혜택을 보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정책은 이미 형성된 저가 시장인 알뜰폰 업계가 주도하도록 추진했어야 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엉뚱하게 알뜰폰 시장만 망가지게 생겼다”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통3사#통신비#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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