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조 水처리 시장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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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업계 ‘물 정화 사업’ 경쟁 가열

머리카락 두께 ‘10만분의 1’ 구멍에서 벌어지는 블루 골드(푸른 황금) 경쟁.

‘수(水)처리’라고 불리는 물 정화 사업을 최근 화학업계가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과 첨단기술 분야에 물 수요 증가로 수처리 시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3, 4년 전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 화학기업들은 기존 강자인 미국, 일본 업체들과 기술 경쟁을 벌이며 시장 쟁탈에 나섰다.

글로벌워터마켓(GWM)은 수처리와 연관된 직간접적 시장이 올해 세계 880조 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94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약 445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 1위 LG화학이 2014년 처음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화학은 그전부터 기초연구를 진행하다 2014년 4월 미국의 수처리 필터 제조기업 나노H₂O를 인수해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LG화학은 다양한 수처리 방식 중에서도 가장 미세한 불순물까지 정제해 고(高)순도의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삼투 분리막(RO) 방식을 주력으로 밀었다. 기초소재와 복합물질, 고분자 합성기술 분야의 강점을 살려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수질(水質)이 25% 이상 우수하고 염분 제거율도 99.8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구에 연(年) 처리용량 55만 m² 규모의 필터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삼성SDI의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신동빈 롯데 회장 검찰 수사 등으로 한동안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올해 들어서야 복잡한 사정이 정리되며 급물살을 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다른 중공사(Hollow Fiber) 방식을 선택해 내년부터 양산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의 방식은 ‘중공사’라는 미세한 실을 수없이 교차시킨 뒤 그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방식이다. 미세한 구멍이 많은 필름이나 막을 통해 물을 거르는 역삼투 분리막 방식과는 다르다.

두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역삼투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낼 수 있다. 조금의 먼지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초순수(극히 순수한 물)’도 만들어낸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들어지는 정제수의 양도 적다. 반면 중공사 방식은 속도가 빠르고 많은 양의 정제수를 만들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한 물질은 걸러내지 못한다.

한국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기존 세계 강자들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표 화학기업 도레이는 2014년 당시 웅진케미칼(옛 제일합섬)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했다. 역삼투, 중공사 등 모든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며 가정용 정수필터는 전 세계 점유율 1위다. 최근 들어서는 산업용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외 미국의 다우케미컬, 일본의 니토덴코 등도 기존 강자로 꼽힌다.

이에 맞서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기존 필터들의 장점은 결합하거나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한으로 줄여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필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붕소 제거율 등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연말까지 100개 이상 국가에서 특허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물정화#롯데케미칼#수(水)처리#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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