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재 양성 말뿐… 상장기업 女비율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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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2012∼2016년 531곳 분석

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여직원 비율은 2012년 대비 1.3%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후 여성 인재 양성 붐이 일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국내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기업 중 남녀 직원 비율을 분석할 수 있는 531곳의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효성ITX(82.4%)였다. 2위 웅진씽크빅(78.9%)과 3위 신세계인터내셔널(72.5%)도 서비스 업체였다. 제조업체 중 신영와코루(71.4%)와 아모레퍼시픽(69.2%)이 4, 5위에 올랐다.

2012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여성 비율이 가장 크게 뛴 곳은 베스띠벨리, 비키 등의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신원(32.3%포인트)이었다. 다음으로 GS리테일과 대명코퍼레이션이 각각 31.7%포인트, 28.8%포인트 올랐다.

여직원을 가장 많이 고용한 기업은 이마트였다. 2012년 9394명에서 지난해 1만8265명으로 8871명이 늘어 가장 많이 뛰었다. 2013년 전국 매장에서 상품 진열을 전담해온 하도급 업체 직원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결과다.

하지만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파급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여직원 비율은 2012년 21.3%에서 지난해 22.6%로 4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로 요약되는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은행권에서도 ‘최초 여성 임원’ ‘여성 승진’ 등 여풍(女風)이 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국가 리더십 공백 사태가 오자 이런 추세도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2014년 은행권의 여성 임원은 13명에 달했지만 올해 4월에는 2명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인사를 했다가 박 전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자 기업들도 과거로 회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성 평등 정부’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외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 요직에 여성을 기용하면서 민간으로도 여성 인재 활용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보며 여성 직원, 임원을 늘리는 것은 효과가 일시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기업 내에서 자연스럽게 여성 인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지고 여성이 능력을 보여줘야 장기적인 여성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0위 수준이다. 특히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육아 양립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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