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수주 1위… 한국造船, 부활 뱃고동 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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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계가 2개월 연속 수주 실적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수주 성과에 힘입어 조선사가 확보한 일감(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하는 조선소 순위에서도 3개월 만에 일본을 누르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게 아니냐는 희망이 조선업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12일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4월 85만 CGT의 2배에 가깝다. 이 가운데 한국은 가장 많은 79만 CGT를 수주했다.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위다. 중국이 32만 CGT, 일본이 8만 CGT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1∼4월까지 누적 수주량을 보면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하지만 5월 수주가 더해지면서 한국이 역전에 성공했다. 1∼5월 누적 수주량은 한국 207만 CGT, 중국 184만 CGT, 이탈리아 74만 CGT, 핀란드 67만 CGT, 일본 38만 CGT 순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선박 발주량은 653만 CGT로 전년 동기 588만 CGT보다 65만 CGT 증가했다.

수주난에 허덕이던 조선사들이 기존에 쌓아둔 일감만 까먹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한국 수주잔량이 4월 말 1734만 CGT에서 5월 말 1749만 CGT로 15만 CGT 늘었기 때문이다. 비록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증가한 것은 2015년 5월 말 이후 2년 만이다.

아직까지 수주잔량 1위 국가는 중국(2576만 CGT)이다. 한국은 이번에 일본(1717만 CGT)을 제치고 수주잔량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한국은 2012년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이후 2015년에는 일본, 중국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시장이 확실히 살아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들어 수주 관련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조선업황이 바닥을 찍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잇따르는 수주 낭보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설계 일정을 감안하면 6∼12개월 뒤부터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데 2015∼2016년 수주 절벽 여파에 따른 일감 공백 문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하반기 일감이 바닥나서 남는 생산 인력이 전체 직원 1만6000명 중 5000명에 달한다며 유급 순환휴직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도 올해 들어 순환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수주에 성공했다고 해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선가가 떨어져 채산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가격은 2014년 5월 척당 1억1000만 달러 정도였지만 이후 급락해 8000만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도 최근 한 달 새 100만 달러가량 떨어진 1억8200만 달러 정도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빈 독(dock·선박건조대)이 나오면 당장 인력 운용 문제가 생기고 조선업 생태계까지 무너지게 된다. 영업이익률이 1%를 밑돌더라도 당장은 선박 수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조선업#수주#조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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