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홀로서기 답’ 찾는 현대건설기계… “2023년 세계 빅5”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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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서 올 4월1일 기준 분할… 새출발 기대감-생존 책임감 교차
임직원들 초심으로 ‘품질 강화’ 박차
공기영 사장 “조선보다 시장 커… 반드시 글로벌 선두권 진입할것”

다른 옷을 입고 새 출발한다는 기대감. 하지만 스스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현대건설기계에는 이런 두 가지 분위기가 함께 느껴진다.

굴착기 등의 건설기계를 주로 생산하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로보틱스(로봇·투자)는 올 4월 1일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할됐다. 비(非)조선 사업 부문을 떼어낸 현대중공업(존속법인)에는 조선·해양·엔진 사업만 남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다른 사업 부문이 하나로 묶여 있으면서 발생했던 비효율을 없애고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55)은 본보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분사를 통해 각자가 자기 사업에 맞는 옷을 입고 자신의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중심인 조선업은 수주산업이다. 선주사 등의 요구에 맞춰 계약된 물건을 생산해 납품한다. 반면에 건설기계 산업은 양산산업이다. 계획을 세워서 장비를 만들어 놓고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해야 한다. 근본 체질이 이렇게 다른데도 한 지붕 아래 있었던 사업이 이번 분사를 통해 각자의 길을 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초 분사를 계기로 울산의 공장에서 가족초청 한마당 행사도 열었다. 700여 명의 직원과 가족이 참석해 일터를 살펴보고 건설기계 작동 모습도 보는 자리였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직원들은 “회사가 새 출발한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본사도 울산에서 경기 성남시로 옮겼다. 뛰어난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보다 나은 거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자율성이 커진 이면에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생존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주어졌다. 공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큰 우산 아래에 있을 때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1등이니까 건설기계도 1등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제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직원들도 모두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손을 벌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품질 강화’라는 슬로건을 지금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2023년까지 매출 7조 원, 글로벌 5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공 사장은 “올해는 2조40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는데 충분히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1987년 입사 이후 건설기계 분야에서만 일하며 영업과 생산, 구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국내 유통망을 개선해 올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 건설기계 부문 국내 시장 1위는 두산인프라코어다.

공 사장은 “인프라 투자는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세계 건설기계 시장은 조선 시장보다도 훨씬 더 크다. 연구개발 인력 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반드시 세계 선두권 기업에 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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