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몸’ 생각해주는… ‘기특한 가전’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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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편하게 인간공학 디자인 적용

삼성전자 세탁기 ‘플렉스워시’ 설계 실험에 참가한 임신부가 팔에 근전도 센서를 부착한 채 제품 사용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1].
 바람 송출구를 3도 기울인 삼성 무풍에어컨 [2]과 버튼 조작부(제품 상단 검은색 둥근 부분)를 수평 대비 7.5도 세운 LG 
퓨리케어 정수기 [3]. 각 사 제공
삼성전자 세탁기 ‘플렉스워시’ 설계 실험에 참가한 임신부가 팔에 근전도 센서를 부착한 채 제품 사용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1]. 바람 송출구를 3도 기울인 삼성 무풍에어컨 [2]과 버튼 조작부(제품 상단 검은색 둥근 부분)를 수평 대비 7.5도 세운 LG 퓨리케어 정수기 [3]. 각 사 제공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인간공학 실험실. 세탁기 앞에서 민소매 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남성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팔, 다리, 허리 등 8곳에는 근육의 운동량과 압력을 측정하는 근전도 센서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임신부가 같은 센서를 부착한 채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다.

실험실 한쪽에서는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인체정보를 ‘매의 눈으로’ 모니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올 3월 출시한 인간공학 세탁기 ‘플렉스워시’ 개발자들이었다. 실험의 목적은 하나. 세탁기를 사용할 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아 그에 맞는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인간공학’은 이처럼 가전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플렉스워시는 전자동 세탁기와 드럼세탁기를 한 제품에 넣은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자동 세탁기를 상단에, 드럼세탁기를 하단에 배치한 것은 인간공학 실험 결과에 근거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소용량 세탁기를 제품 상부에 탑재할 때 사용자의 시야각이나 동작 범위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원들은 세탁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측정하기 위해 2년간 분석실험을 진행했다. 설문이나 관찰 등에 근거한 사용자경험(UX) 측정보다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좀 더 정확한 정보 습득이 가능했다. 근전도 검사 외에 3차원(3D) ‘모션 캡처’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온몸에 27개의 마커(표지)를 붙인 뒤 6개의 카메라로 사람이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각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모두 계산했다.

이렇게 나온 디자인은 국내외 학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올 4월 대한인간공학회가 주관한 ‘인간공학 디자인상’에서 최고상(베스트 오브 베스트)을 받았다. 이달 3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인간공학회 시상식에서도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사용자 행동분석에 기반을 둔 인간공학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존 드럼 세탁기와 전자동 세탁기를 단순히 합칠 때 높이는 140cm나 됐다. 소비자의 95%를 차지하는 150∼170cm의 여성들은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높이였다. 개발팀은 열풍공급 통로를 측면으로 비스듬하게 배치하고 맞춤형 소형 부품을 따로 개발하는 등 콤팩트한 설계로 높이를 119cm로 낮췄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실수’까지 설계에 반영했다. 실수로 빠뜨린 세탁물과 세제를 추가할 수 있도록 드럼 세탁기 문 위에 별도의 ‘애드윈도’를 뚫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가전에서 사용자를 배려하는 인간공학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다른 가전 영역에서도 인간공학 디자인은 활발하다.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은 3도 기운 송풍구에서 바람이 포물선 형태로 나온다. 냉기가 인체에 직접 닿지 않고 멀리 퍼지도록 한 설계다. LG전자의 퓨리케어 정수기는 손톱이 긴 사용자 등을 고려해 버튼 조작부가 7.5도 세워져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인간공학#가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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