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한번의 좌절, 새 도약 계기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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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16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출계약 해지와 늑장공시 논란으로 인한 여파는 많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자원 투입을 통해 회사를 도약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16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출계약 해지와 늑장공시 논란으로 인한 여파는 많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자원 투입을 통해 회사를 도약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돌려받았다고 해서 실패한 의약품은 아니다. 임상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 다시 기술 수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54)은 신약 개발 과정의 악재에도 기회 요인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신약 개발 의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미약품은 최근 ‘신뢰 경영’을 내세우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항암제 신약 ‘올무티닙’의 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늑장 공시 논란 이후인 올해 3월 대표이사직에 오른 권 사장을 16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게 아쉽지만 오히려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등 회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달 홈페이지에 23개의 신약 개발 현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권 사장이 주도해 나온 결정이었다. 권 사장은 “신약 연구개발(R&D)을 하는 기업이 임상 초기 단계의 현황까지 공개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 또한 주주, 국민과의 소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계약 반환이 된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자체적으로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사장은 R&D를 수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신약 개발과 R&D에 대한 비전과 성과를 보여주는 게 궁극적인 신뢰경영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달성할 목표를 묻는 질문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의 확장을 언급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다. 그동안 당뇨, 비만 치료제에 적용됐지만 최근엔 희귀질환 분야까지 늘려 전임상 단계에 있다. 펜탐바디는 항체가 면역세포와 암세포 동시에 작용하도록 하는 한미약품만의 기술이다. 권 사장은 “내년 말 펜탐바디를 적용한 임상시험에 착수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1996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후 21년째 신약 개발이란 한길만 걸어왔다. 신약 개발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 사장은 경영관리를 맡은 우종수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가 R&D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R&D 투자금은 1626억 원. 매출의 약 18.4%에 해당한다.

권 사장은 “연구 과정보다 개발 과정이 훨씬 길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임상 3상 시험은 국내외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뤄지는데,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는 국내에만 국한돼 해외 임상의 경우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제약업에 대한 시설투자도 곧 일자리 투자로 봐줬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3년간 4000억 원을 들여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시설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는 “매년 투자가 집행되면서 일하는 직원도 매년 100명씩 필요한 상황이다. 고급 전문 인력의 일자리가 늘면서 제약 산업이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권세창#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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