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가 2,241.24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썼지만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기뻐하는 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 주식 토론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외국인만 재미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실망만 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당분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다. 증시 상승 배경과 전망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코스피, 왜 오르나.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다. 글로벌 경기가 나아지면서 각국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수출액이 5개월 연속 늘어나며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수출액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510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었다. 수출 개선은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69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101조8000억 원으로 45.6% 증가했다. 올해는 14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들의 호황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며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를 내고 있다.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이익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 기조가 꺾이고 지정학적 위험 경고가 잦아들면서 한국 증시의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Q. 2011년과 어떻게 다른가.
이번 코스피 랠리는 직전 고점을 찍었던 2011년 5월 2일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2011년에도 기업 이익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8조 원에 불과했던 코스피 순이익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2010년 91조 원으로 증가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낮추는 등 돈을 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내로 흘러 들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다 보니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덩달아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
글로벌 경기 훈풍에 따른 수출 증가가 증시를 이끈다는 면에서 이번 상승장은 2011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에는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등 IT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6년 전에는 개인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반면 올 들어서는 철저히 기관·외국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다르다.
Q. 상승장 체감이 안 되는데….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대형주 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주식 투자 수익률이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 10개는 모두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올랐고,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7개 종목이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외국인에 비해 개별 종목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 차익을 목표로 변동성이 큰 소형주를 선호하고 외국인과 기관을 뒤따라 한 발 늦게 따라가면서 매매에 나선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의 독주를 뻔히 알면서도 주당 220만 원이 넘는 주식에 선뜻 손을 뻗기가 망설여지는 게 개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승장에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박스피(1,800∼2,200)에 지친 개인들이 상승장을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4일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70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Q. 지금이라도 주식에 투자하면 되나.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안에 2,300 선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개선, 금리 인상으로 본격적인 주식의 시대가 왔다”며 “연중 2,350 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달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코스피가 3,000까지 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한국 주가가 여전히 제 가치에 비해 낮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이익비율(PER)은 9.2배로 미국(18.7배)이나 유럽연합(15.8배), 일본(14.1배)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PER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보면 모든 종목이 비슷하게 오르기보다는 특정 종목별로 차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대형주와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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