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신사업 뛰어들기 전에 명성-신뢰부터 쌓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사업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벤처기업가들의 성향을 기업가 정신이라고 부른다. 기업가 정신에는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신사업이나 벤처사업을 할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다. 투자자, 이해관계자 등 외부전문가들로부터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공식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을 찾아 시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과 전문성,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되는 것이라 양쪽 모두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가 정신은 넓은 지식과 경험의 폭을 토대로 하고 있다. 반면 전문성은 특정 분야에 대한 깊고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근본으로 한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과 캐나다 맥길대 공동 연구진은 음반 산업의 데이터로 이를 분석해 봤다. 음반 산업은 새로운 도전이 늘 요구되는 분야다.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된 음반 1만3000여 개의 제작 작업에 참여한 예술인들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음반 제작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신사업(새로운 음반 제작)에 뛰어든 사람이라도 해당 음악 장르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아무리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도 한 분야에서 인지도나 명성이 확보된 후에나 비로소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것, 또 ‘팔방미인’으로 비치는 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흔히 기업가의 주요 덕목으로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꼽는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주변이나 사회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고 당사자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과 도전이 정당하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면 기업가 정신이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 성공을 추구하는 청년 및 신생 기업은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명성과 신뢰를 쌓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 정신의 첫걸음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dbr#경영의 지혜#신사업#명성#신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