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채권자 의결 순항… 3차례 모두 회생안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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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사옥에서 사채권자 대리인들이 사채권자 집회 참석을 위해 신원 확인 등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3차례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채무재조정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사옥에서 사채권자 대리인들이 사채권자 집회 참석을 위해 신원 확인 등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3차례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채무재조정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우조선해양이 ‘운명’이 걸린 사채권자 집회 첫날을 일단 통과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 사옥에서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5시 열린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압도적인 찬성률로 ‘손실분담(채무재조정)’ 안건이 통과됐다. 채무재조정안은 회사채 절반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해주는 내용이다. 사채권자 집회는 17일과 18일 이틀간 다섯 차례 열리는데 단 한 차례만 안건이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으로 직행하게 된다.

○ 정성립 사장 “1분기 흑자 낼 것, 믿어 달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은 첫 번째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 ‘안도’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사채권자 집회(7월 만기 3000억 원 규모)는 찬성률 99.99%로 안건이 가결됐다. 안건은 참석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2가 동의하고, 전체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오후 2시 집회와 5시 집회에서도 안건이 무난히 통과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던 만큼 큰 이변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최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은 16일 밤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채무재조정에 찬성하기로 타협한 뒤 밤 12시를 1분 앞두고 서면 결의서를 냈다.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사채권자 집회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사채권자들에게 “올해 1분기(1∼3월) 흑자가 예상된다. 한 번만 더 대우조선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6089억 원, 당기순손실 2조7106억 원을 내는 등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냈다.

○ 급한 불은 껐지만 산 넘어 산


18일은 오전 10시(2019년 4월 만기 600억 원), 오후 2시(내년 3월 만기 3500억 원) 등 2차례 사채권자 집회가 열린다. 안건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위기다.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는 2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모두 채무재조정안 동의를 받는 절차가 남아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이어진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받아 자율 구조조정을 밟게 되지만 내년까지 총 5조3000억 원의 자구계획안 중 3조5000억 원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자산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 실적이다. 대우조선의 올해 수주 목표는 55억 달러지만 최근 실사를 진행한 삼정KPMG는 대우조선 수주 예상치를 20억 달러로 낮춰 잡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 115억 달러를 세웠지만 수주 실적은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 위험손실을 모두 털어낸 만큼 올해 흑자를 자신하고 있다. 회계법인이 전망한 수주 예상치 20억 달러는 상반기 내에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며 회생에 자신감을 보였다.


○ ‘회사채 소송’은 본격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은 채무조정안 찬성과 별개로 회사채 투자 손실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돌입했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일 법원에 대우조선과 대우조선을 감사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중소기업중앙회, 자산운용사 등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회사는 정상화시키되, 잘못된 회계장부 때문에 투자자들이 받은 피해는 반드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분식회계가 있었던 날로부터 3년 이내, 분식회계가 알려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걸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분식회계를 거쳐 만들어진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대우조선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당시 대우조선은 AA등급을 받았는데, 분식회계가 아니면 결코 받을 수 없는 등급”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실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회생해 주가를 회복하면 회사채 출자전환분을 회수할 수 있지만 파산하면 대우조선에서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은 2012∼2014년에 5조7000억 원을 분식회계(회계 사기)한 혐의로,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민지 jmj@donga.com·이건혁 기자
#대우조선#사채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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