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수출품 74%가 내수품… 한국경제, 中 변심땐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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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통상 분쟁 영향 보고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품목 4개 중 3개는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내수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소재·부품이 중국에서 조립·가공돼 미국 등 선진국으로 팔리는 전통적 생산 소비 구조가 변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런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이 나오면서 내수품 위주의 수출 구조가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도 대중 수출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높아진 중국 의존도, 부메랑이 되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 ‘미국-중국 간 통상 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품 중 중국 내에서 이용되는 비중은 74.2%(금액 기준)로 추산됐다. 2007년(60.6%)과 비교했을 때 13.6%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중간재로 수출되지만 이를 가공한 생산품이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사실상의 내수재’가 전체 수출품의 42.9%를 차지했다. 최종재로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31.3%였다. 한국 수출품을 중국이 가공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데 쓰인 비중은 25.8%로 7년 전보다 13.6%포인트 줄었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중국이 가공무역을 축소하면서 중국 내에서만 이용되는 한국 수출품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내수에 너무 많이 의존하다 보니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한국 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2007년의 1.5배로 높아졌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대중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4.0%에서 2014년 20.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9%포인트 줄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행은 최근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으로 올해 대중 수출이 지난해보다 2%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은 연 0.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한국

또 다른 문제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7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하면서 통상 분쟁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계속되고 북한 핵개발에 따른 제재의 가닥이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경우 긴장이 재차 고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KDI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로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1년 동안 10% 줄어들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 0.3%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중국이 제재 조치를 도입해 미국의 대중 수출이 10% 줄어드는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국가에 수출이 치우쳐지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한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내수품#수출품#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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