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훈풍… 밑바닥 경기는 아직 냉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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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3년만에 성장전망 상향

《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은 것은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수출과 기업 투자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기관에 이어 보수적인 한은마저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미국발(發) 변수부터 북한 리스크까지 대내외 악재가 많은 데다 수출에서 불어온 온기가 밑바닥 경기까지 확산되지 않아 국내 경제의 완연한 봄날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가 단기적으론 분명히 회복세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
 

한은이 1월만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대폭 낮췄다가 이번에 2.6%로 다시 올린 것은 1분기(1∼3월) 수출, 투자 등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침체를 겪은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국내 수출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은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 주력 품목이 활기를 띠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세계 교역 신장률을 연초 예측한 2.9%에서 3.1%로 올려 잡고 국내 상품수출 증가율도 2.4%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이 기지개를 켜면서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도 뒤따르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 마이너스(―2.3%)에서 올해 6.3%로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됐다. 연초에 내놓은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2.5%)를 크게 웃돈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정보기술(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계획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호조세는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2, 3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 증가 속도도 최근 빨라졌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두 달 연속 올랐고,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9로 2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총재는 “연초 소비심리가 나빠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됐는데,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아 이 같은 경제 회복 조짐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불똥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한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올해 국내 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고 고용을 2만5000명 정도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없었다면 올해 국내 성장률이 2.8%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증가, 1344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소비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당초 1.9%에서 2.0%로 조정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IT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조세가 전반적인 밑바닥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장치산업인 반도체는 전후방 연관 효과나 고용창출 효과가 낮아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성장률 조정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창규 기자
#수출#경기#경제 회복#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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