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방문규]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의미있는 차선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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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이달에 공포될 예정이다. 그동안 전문가 협의체에서 1년 이상 작업하고, 여야 의원들과 고민 끝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차선의 대안을 마련했다. 누군가의 부담을 줄이려면 누군가는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5000만 가입자 모두가 합의하는 개편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개편안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형평성과 국민 수용성,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다.

내년 7월부터 적용될 개편안은 소득이 없어도 나이, 성별 등에 부과되는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자동차보험료를 50% 이상 면제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럼에도 일부 이견이 제기되는데,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득에만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부의 보유 형태가 주로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주택 임차료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건강보험료도 소득에만 부과한다면 고액 재산가의 과소부담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실거래가가 15억 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에게 연 3900만 원의 임대소득이 생겨도, 이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이런 개편에 누가 손을 들어 주겠는가. 재산에 대한 부과 폐지는 임대소득 등 과세 대상 확대와 연계될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

둘째, 직장과 지역가입자 간 소득은 개념이 다르다. 직장인은 총보수에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사업 등에 필요한 경비를 최대 90%까지 공제한 소득에 부과하여 신고소득은 상대적으로 낮다. 직장가입자는 월 40만 원 소득자도 전체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는데, 지역가입자는 필요 경비가 공제되어, 전체 지역가입자의 76%가 신고소득이 연 500만 원 이하다. 그럼에도 직장가입자와 동일 소득으로 보아 소득 기준만으로 부과하면 직장가입자만 불리하게 된다.

셋째, 정부가 그동안 소득파악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를 더 보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1단계를 4년간 시행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소득 파악 인프라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도 직장·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비중이 ‘80 대 20’인데, 2단계 개편이 되면 ‘90 대 10’으로 간극이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직장 보험료 비중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소득 중심의 부과를 위해선 분리과세소득에 대한 부과 방안, 사업소득의 필요 경비 인정제도 개선, 고액 재산가에 대한 적정 부과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건강보험 개편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여 선택한 결과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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