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빚도 채무조정 쉬워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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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부터… 금융위 채무자 재기 지원
500만원 이상 재산 있으면 제외

A은행에서 1000만 원, B캐피털에서 1000만 원, C보증기금에서 3000만 원을 빌린 다중채무자 김모 씨는 최근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려고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 은행과 캐피털에서는 원금 6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보증기금 측은 “상각 채권이 아니다”란 이유로 원금 감면을 거절했다.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김 씨는 아예 빚 갚기를 포기해 버렸다.

올해 2분기(4∼6월)에 김 씨와 같은 다중채무자들이 금융공공기관에 진 빚을 조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연체한 지 1년 이상 된 채권을 상각(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손실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6일 발표했다.

통상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상각 채권에 대해 원금을 감면해준다. 일반 금융기관들은 연체한 지 1년 정도가 지나면 채권을 상각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공공기관은 상각 규정이 ‘회수 실익이 없는 경우’ 등으로 모호해 받을 길이 없는 채권을 최장 15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무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식으로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4조9000억 원, 채무자는 71만800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채무자들이 빚을 조금이라도 상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공공기관의 회수율을 높이고, 채무자들의 재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 방안에 따라 금융공공기관은 2분기부터 채권을 매입하거나 대위변제한 뒤 1년이 지난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할 수 있다. 다만 상환 능력이 되는데도 빚을 갚지 않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채무자가 일정 금액(통상 500만 원) 이상 재산이 있으면 상각 대상에서 제외한다.

금융공공기관에 빚을 갚아 나가는 차입자에 대해서는 상환 도중에 이자가 불어나지 않도록 상환 순서를 기존 ‘채권 관리 비용→원금→이자’ 순에서 ‘원금→비용→이자’ 순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도중에 사고나 실직 등으로 상환이 어려워진 차입자에 대해서는 최장 2년간 상환을 유예해준다. 해당 기간 이자도 면제해준다. 또 순자산이 200만 원 이하이거나 차입자가 70세 이상인 경우는 사실상 상환 능력이 없다고 보고 채권 만기가 끝나더라도 시효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공공기관#채무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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