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달걀 물류비용 이렇게 많이 들 줄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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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깨질까 하역시간 오래 걸리고 높이 쌓지도 못해 창고비 30% 증가
국산 달걀값 안정세… 수입업자 한숨

미국산 달걀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해 망망대해를 지나 열흘 만에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식품 원자재 수입업체 윤모 대표의 마음은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의 일이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기대는 후회로 바뀌어 갔다.

신선도를 위해 2.2도로 맞춰진 냉장 컨테이너에는 31만7000개의 달걀이 담긴 상자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문제는 하역 작업을 하는 직원 중 아무도 달걀 상자를 꺼내본 적이 없다는 것. 결국 윤 대표가 직접 지게차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회사 직원 3명과 함께 반나절 동안 상자 880개를 일일이 조심스럽게 내려야 했다. 윤 대표는 “미국은 홍콩, 일본으로 달걀 수출을 많이 해서 컨테이너에 깨지지 않게 넣고 내리는 노하우가 있는데, 우리는 달걀을 수입한 게 처음이라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이어졌다. 제빵업체에 납품하기 전 며칠간 보관해둘 냉장창고를 수소문했는데 한 번도 달걀을 보관해본 적이 없는 창고업자들이 혹시 문제라도 생길까봐 다들 손사래를 쳤다.

가까스로 보관할 곳을 구하고 나서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냉장창고 사용 비용은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높이 쌓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깨지기 쉬운 달걀은 높이 쌓을 수 없었다. 윤 대표는 “창고 비용만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30% 정도 더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설연휴가 지난 뒤부터 달걀 가격이 안정세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30개들이 한 판의 전국 소매가격은 7771원. 지난달 12일 9543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다. AI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수요가 줄어든 게 주요 이유로 보인다. 윤 대표는 다음 주 한국에 들여오는 달걀은 아직 팔 곳을 못 찾았다. 정부가 해상운송비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것도 이번 달까지다.

윤 대표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달걀 한 판에 몇백 원 차이만 나는 거면 국산 달걀을 쓰겠다는 반응뿐이다. 다음 달 달걀 수입 계획은 완전히 접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수입#달걀#물류비용#달걀값#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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