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동화면세점 문 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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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처분금 715억 변제 못해 지분 넘기고 경영권 포기 뜻 밝혀
호텔신라측은 청산금 상환 원해… ‘황금알 거위’서 ‘애물단지’로 전락
신규 면세점들 적자 출혈경쟁 등 경영 악화된 업계현실 반영

 국내 최초의 시내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사진)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73년 설립된 동화면세점은 연간 매출 약 3000억 원 규모의 대표적인 중소·중견 면세점이다.

 3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35만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 원을 지난해 12월 19일까지 갚지 못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2월 25일 공시를 통해 “동화면세점은 2월 23일까지 10%의 가산금이 포함된 788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만약 변제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제공한 동화면세점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호텔신라에 내놓게 된다. 2013년 5월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최대 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9.9%를 취득했다. 담보로 제공되는 지분 30.2%를 넘겨받을 경우 기존 지분 19.9%에 더해 총 50.1%로 호텔신라가 최대 주주가 된다.

 동화면세점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만기일 직전 호텔신라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돈을 상환하는 대신 지분을 넘기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호텔신라 측은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지분 청산 금액을 상환받길 원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 회장이 변제 능력이 있다고 본다. 만기일을 넘기더라도 변제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누구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화면세점 측은 “면세점을 매물로 내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날 밝혔다.

 이를 두고 최근 서울시내 면세점 수가 2015년 6곳에서 2016년 9곳으로 늘어나면서 면세점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내 면세점 5곳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화면세점은 최근 루이뷔통과 구치,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가 잇달아 철수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뷔통의 경우 동화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대신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올해 상반기 매장을 낸다. 매장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명품 브랜드의 특성상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열면 기존 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가 빠져나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신규 면세점 4곳이 추가로 문을 여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경영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보고 차라리 경영권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화면세점#호텔신라#풋옵션#처분금#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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