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탓 애물단지 된 조선소 터… 지자체들 “어찌할꼬”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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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방안 등 놓고 골머리

경남 통영시 도남동에 위치한 신아SB의 조선소(위쪽 사진). 채권단은 건설업체 등에 매각할 계획이지만 통영시는 관광지로 개발하길 원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 도남동에 위치한 신아SB의 조선소(위쪽 사진). 채권단은 건설업체 등에 매각할 계획이지만 통영시는 관광지로 개발하길 원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던 조선소가 경기 불황과 업계의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조선소가 있던 땅이 난개발 되거나 오래 방치돼 흉물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선소 유휴 용지 두고 골머리 앓는 지자체

 1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경남 통영시 도남동에 위치한 토지 14만7000여 m²가 경매로 나올 예정이다. 중견 조선소인 신아SB가 조선소로 사용하던 곳으로, 미항(美港)인 통영항이 바로 앞에 보이고 통영의 대표 관광지인 미륵산이 뒤에 있다. 이 때문에 “뭘 해도 되는 땅”으로 불린다.

 이 토지 사용 방안을 놓고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 등과 통영시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채권 금융사들은 용지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부영과 LH 등이 매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부영 측은 50층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를 짓겠다며 통영시에 토지 용도 변경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이다.

 통영시는 이곳을 미륵산 케이블카 등과 연계한 복합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5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선다면 주변 자연환경과의 균형이 깨지고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역 발전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통영시는 900억 원에 이르는 매입 대금을 감당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태다.

 조선소가 몰려 있던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군산의 핵심 산업단지로 축구장 250개 크기(약 180만 m²)와 맞먹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폐쇄설이 나돌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선박 수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군산조선소가 올 9월 이후 가동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폐쇄 여부와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반면 군산시는 가동 중단 장기화에 대비한 용지 활용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용지 규모가 워낙 커서 조선소가 아니면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힘든 상태다”라며 “매입할 조선업체가 나오기 어려운 곳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하동군은 금성면 갈사리와 가덕리 일대 561만3000m²의 터에 ‘갈사만 조선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자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용지 조성을 맡은 건설사들끼리 공사 대금 문제로 소송을 벌이면서 2014년부터 작업이 중단됐다. 하동군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투자자를 찾기 어렵고 다른 용도로 쓰고 싶어도 국가에서 지정한 특구를 해제해야 하는 등 행정 절차가 복잡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정부 주도로 다양한 활용 방안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조정 등을 염두에 두고 국가 차원에서 조선소 용지 활용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배 산업연구원 지역산업연구실장은 “조선소 자리를 항공기 제작 등 다른 분야의 산업 용지로 바꾸거나 신산업을 유치하는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말뫼, 스페인의 빌바오, 영국의 런던 등과 같은 대개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는 1980년대까지 인구 50만 명의 선박 건조 도시로 성장했지만 1990년대 접어들면서 한국 등 신흥 조선 강국이 부상하자 위기를 맞았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말뫼를 친환경 도시로 바꾸기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 말뫼는 신재생 기업 200여 곳이 입주한 도시로 변모했다. 빌바오 역시 20세기 중후반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공업도시였으나 1970년대 들어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활기를 잃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빌바오에 대한 장기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해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유치했고, 현재 세계적인 문화 도시가 됐다. 영국은 런던의 폐항만과 조선소 용지의 버려진 독(선박 건조대) 등을 활용해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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