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신제품 3000개 탄생시키는 ‘K뷰티 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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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 R&I센터 첫 공개

 
코스맥스 R&I센터 에센스·마스크시트팀 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마스크팩을 테스트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 R&I센터 에센스·마스크시트팀 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마스크팩을 테스트하고 있다. 코스맥스 제공
더치커피 추출 장치와 과일을 끓여 주스를 만드는 찜기, 비커, 현미경까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각종 장치와 집기들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구원들은 비커에 담긴 립스틱 원료를 섞은 내용물을 약숟가락으로 섞거나 형형색색의 아이섀도 가루를 빻아 손톱만 한 틀에 옮겨 담으며 쉴 틈 없이 손을 놀렸다.

 16일 방문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코스맥스 R&I(연구혁신)센터는 국내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업계 1위인 코스맥스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매년 신제품 3000여 개가 여기서 탄생해 세계 600여 개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된다. 히트 제품을 개발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일종의 ‘K뷰티 요람’인 셈이다. 코스맥스가 연구센터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I센터 내부는 식품회사와 제약회사 연구소 풍경을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더치커피 추출 장치나 주스 제조기 등을 동원해 과일, 곡물 원료에서 기초 화장품에 쓸 수 있는 성분을 뽑아낸다. 화학성분 원료와 각종 색소를 배합해 실험하는 모습은 제약회사 연구실 풍경을 연상케 했다.

 코스맥스는 2011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판교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현재 연구센터 체계를 갖췄다. 2014년에는 한 가지 품목을 제형별로 연구하는 전담 인력을 두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이런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코스맥스의 올해 화장품 부문 매출은 8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30%가량 성장한 수준이다.

 R&I센터의 핵심 역할은 전 세계 화장품 트렌드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과 유행을 접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은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한다. 서은주 코스맥스 R&I센터 이사는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파란색 펄(반짝거리는 질감) 효과가 있는 아이섀도’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샘플 200개를 퇴짜 맞고 나서야 통과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온몸을 도화지 삼아 화장품을 테스트하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최석원 헤어·마스카라 팀장은 하루에 서로 다른 마스카라 제품을 10∼20종류씩, 3개월 동안 전 세계 제품 1000여 개를 발라보다 속눈썹이 모두 빠졌다. 물로 자주 눈을 씻으면서 안구건조증이 심해져 앞이 보이지 않아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남성 연구원이 빨간 립스틱,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채 퇴근하다 지하철에서 오해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최근 센터 내에서 최근 가장 ‘핫’한 곳은 아이브로 연구팀이다. 2년 전 국내 브랜드 클리오에 납품한 타투형 아이브로 제품이 크게 히트하면서 신제품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한국 화장품처럼 만들어 달라”며 찾아와 내년 3월을 목표로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업체들도 K뷰티에 관심이 높아지자 코스맥스는 한국적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 화장품 연구 파트에서는 국산 보리, 버섯 등을 활용한 한방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향수 연구팀에서는 국내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꽃나무를 활용한 향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권종 코스맥스 R&I센터 원장은 “세계가 한국 여성 화장법에 집중하는 만큼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k뷰티#코스맥스#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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