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감동경영]‘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효자상품이 된 ‘못난이 고구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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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강원도 원주 고니골농장의 조영준, 홍석녀 부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강원도 원주 고니골농장의 조영준, 홍석녀 부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올해로 4회째인 이번 박람회는 ‘시국 변수’ 때문에 과거보다 열기가 다소 덜했지만 스타트업 육성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행사에서 특히 주목을 끈 곳은 6차산업(1, 2, 3차 산업의 융복합) 성공 사례를 보여 주는 ‘창조농업관’. 귀농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업 자체의 무한변신에 흥미를 보인 관람객이 많았다.

 경북 영주시 영농조합법인인 ‘미소머금고’의 박찬설 대표는 2000년 귀농해 고구마를 재배했다. 평범한 농부에 그칠 뻔했던 박 대표를 매출 13억 원(지난해 기준)의 사업가로 바꾼 것은 등외품 고구마였다. 수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등외품 고구마를 고구마빵과 쿠키, 케이크용 재료로 활용한 것. 박 대표는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고구마의 당도만을 이용해 단맛을 낸다. 비만의 주범 중 하나인 빵을 ‘웰빙 간식’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빵만들기 체험 교실을 운영함으로써 홍보 효과와 함께 부수입도 거두고 있다.

 충북 옥천의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의 정은숙 대표도 등외품 감자를 이용해 ‘회오리 감자’라는 가공식품을 개발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1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에 60개 판매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의 오천호 대표는 도시에서 하던 기존 사업과 6차산업을 결합했다. 서울 압구정에서 죽 사업을 하던 그는 이유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착안해 2011년 고향인 경남 하동으로 내려갔다. 오 대표는 국산 제철 농작물을 이용한 단계별 유기농 핸드메이드 이유식을 생산하고 이유식 카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4억 원.

 경기 파주시 디엠지플러스의 이동훈 대표는 본인의 사과농장이 있는 비무장지대(DMZ) 자체를 상품화했다.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에 ‘해독’이라는 트렌드를 접목해 ‘디톡스주스’를 개발했다. 또 DMZ 내 사과농장을 ‘힐링 공간’으로 변신시켜 ‘베짱이 학교(디톡스 체험)’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선 가업을 승계한 농부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선보였다. 강원 원주시 고니골농장의 조영준 대표는 120년 동안 4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양잠업에 ‘친환경’과 ‘테마파크’를 가미했다. 집안 대대로 누에를 쳐 왔지만 비단 수요가 줄면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자 농장을 국내 유일의 양잠 테마파크로 조성한 것이다. 그는 또 누에의 혈당 강화 기능에 착안해 친환경 무농약 인증 뽕나무잎를 먹고 자란 누에로 누에환, 뽕잎환, 누에가루, 오디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조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양잠업은 지역의 대표 향토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남 영암의 다모인에프앤디 손모아 대표도 가업으로 승계한 쌀농사를 제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컵라면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 누룽지’를 개발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귀농한 20대 여성 창농인인 손 대표는 “농사도 기업이다”라고 가르친 부친의 영향으로 1차 산업인 농업에 가공과 유통을 접목시켰다. 그는 누룽지 외에 건고추, 유기농 절임배추 등도 생산하고 있다.

 이 밖에 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6차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됐다. 전남 나주의 좋은영농조합법인은 전남 혁신센터의 지원으로 GS리테일(편의점)에 지역 특산물인 배를 원료로 한 주스를 납품하고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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