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평판 나쁜 기업들 도태… 디지털시대 非시장요소 중요성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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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 NBA구단주… 선수-코치 반발 불러 결국 쫓겨나
기업은 생산물시장 못지않게 사회적 인정여부도 관심 가져야

 1984년부터 미국 제2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연고지를 둔, 그러나 한 동네 라이벌 LA 레이커스의 후광에 가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이 하나 있었다. LA 클리퍼스다. 구단주는 변호사 겸 부동산 투자가로 억만장자가 된 도널드 스털링이었는데, 그에게는 가깝게 지내는 젊은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 여성은 농구계의 전설 매직 존슨과 함께 클리퍼스 농구경기를 관전하고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평소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던 스털링이 “제발 내 팀 경기에 흑인들 좀 데려 오지 마”라고 한 대화가 녹음됐고, 이를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당연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가 다수인 NBA에서 선수들과 코치들이 경기를 거부했고 전설적인 선수들과 리그 협회의 비판 성명도 쏟아졌다. 결국 NBA리그 협회에 의해 스털링의 구단 소유권은 박탈됐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이슈 하나가 조 단위 액수의 구단 소유권을 좌지우지하는 큰 사건으로 커진 데는 우선 미국에서 인종차별 이슈가 갖는 사안의 민감성이 작용했다. 또 선수 과반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NBA의 경영환경적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로한 스털링이 방송에 직접 출연해 해명하려 했지만, ‘혹시 치매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졌다. 그리고 이 사건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인종차별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완전한 불신에 빠진 것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농구팀을 구단주들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NBA리그에 속한 하나의 비상장 기업이라고 볼 때, 이 사례는 기업이 경쟁하는 4개 시장 간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준다. 기업이 경쟁하는 첫 번째 시장은 기업이 제공하는 ‘최종 생산물 시장’으로, 농구팀의 사례에선 성적에 해당된다. 둘째로는 기업에 필요한 ‘생산요소 시장’으로, 좋은 선수와 코치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과 그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셋째로는 ‘기업통제권 시장’인데 농구팀의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는 구단주가 누구인가를 놓고 소유권 경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있는데,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재를 재확인받는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다. 클리퍼스와 스털링의 경우 인종차별적 발언과 과거의 행적 때문에 이 시장에서 현격한 열세에 놓이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평판과 정통성 시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로 서로 촘촘히 연결된 세계가 되면서 모든 것이 공개되고 낱낱이 평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영환경에서는 네 개의 시장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여기에서 선순환 구조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놀라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즉,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형성되는 비시장적 환경과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고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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