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제2 리먼 되나… 세계금융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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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15조원대 ‘벌금 폭탄’
충당금의 2배… 유동성 위기 우려
뉴욕증시서 주가 사상 최저치… 獨정부, 지분인수 검토說 부인

 146년 역사를 지닌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주요국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전날보다 9.1% 떨어진 11.18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 여파로 이날 미국 은행업종지수는 1.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 S&P500지수는 0.93% 떨어졌다.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5원 올라 1101.3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30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보다 1.46%, 홍콩 H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2.15%와 1.91% 내렸다. 전날 연중 최고치로 올랐던 한국 코스피도 이날 25.09포인트(1.21%) 하락한 2043.63으로 장을 마쳤다.

 도이체방크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미국 정부가 140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의 대규모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지난달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서 시작됐다. 140억 달러는 도이체방크가 적립해놓은 충당금 62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 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주택저당증권(MBS)을 팔면서 고객에게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어 독일 정부가 ‘벌금 폭탄’을 받을 위기에 처한 도이체방크를 구제하기 위해 이 은행의 지분 25%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지난달 28일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의 보도로 파문이 확산됐다. 독일 재무부는 “구제 계획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지난달 29일 도이체방크에 파생상품 거래 중개를 맡겨온 헤지펀드 10곳이 다른 회사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자산을 옮겼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68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008년 이후 7년 만에 손실을 냈다. 올해 초에는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가격 급락으로 시련을 겪었다. 이 은행은 2010년 한국 증시를 교란시켜 1400억 원의 손실을 끼치고 448억 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한국에서 민형사 소송을 당하고 잇따라 패소한 악연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도이체방크 사태와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 등 악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계 은행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대출,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74억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5.5% 수준이다. 하지만 이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이체방크의 수익성 악화 상황과 다른 은행들에 대한 벌금 부과액, 독일 감독당국의 대응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권재현·한정연 기자
#도이체방크#벌금#유동성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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