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삼계탕 완제품 중국 첫 수출… “한식 외교관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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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식품

김병국 대표
김병국 대표
“중국에 처음 수출되는 삼계탕이 산둥성 웨이하이 항(港)에 도착해 수입신고식을 무사히 마친 그 순간, 기쁨과 그간의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김병국 ㈜교동식품(www.howchon.com) 대표는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제품 사진
제품 사진
‘한식 식품제조업계의 대부’ 김 대표에게 가장 즐겁고 보람찼던 기억은 올해 7월 1일이다. 이날은 교동식품의 ‘삼계탕 완제품’이 깐깐한 중국 검역을 통과하며 처음으로 수출 물꼬를 트던 날이었다. 그는 “당시 성과는 교동식품 대표자 스스로의 영광이 아닌 교동식품 임직원 모두가 이뤄낸 땀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교동식품의 삼계탕은 올해 6월 29일 전북 군산항에서 출발해 3일 만에 중국에 처음 도착했다. 이후 공식적으로 중국 당국의 포장표시(라벨) 심의와 통관 절차 과정을 거쳐 첫 번째로 수입신고식을 마쳤다. 중국 정부 주관으로 개최된 ‘삼계탕 수입신고식’은 중국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행사다. 삼계탕의 대중국 수출은 높은 검역 장벽과 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에 번번이 가로막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수출 검역·위생 조건에 합의하면서 수출길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교동식품이 처음 수출한 삼계탕 물량은 총 1.2t, 5000달러 규모로 중국의 태상무역회사를 통해 중국에 퍼져나갔다. 교동은 첫 수출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30만 마리 300t을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 삼계탕 수출기념식
중국 삼계탕 수출기념식
삼계탕 첫 수출 신화를 낳은 교동식품은 충북 옥천의 대표적인 식품가공·조리업체다. 1992년 설립돼 조리가공식품과 면류, 소스(육수)류 등을 생산하는 직원 수 70여 명의 중소기업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우리 고유의 맛을 발전시켜 한식을 세계화하자는 사명감을 갖고 출발했다.

한식브랜드 ‘하우촌’과 면류 브랜드 ‘미다원’을 앞세워 일본과 미국, 캐나다, 홍콩 등 세계 10여 개국에 각종 가공식품을 수출한다. 2013년에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식품제조공장을 증축하고 HACCP 인증도 받아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나갔다. 지난해 2월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수출 가공식품 사전등록 인증을 받으며 위생과 유통 측면에서 국제적으로도 인정과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식품제조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김병국 교동식품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식품과는 거리가 먼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에 헌신하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현재는 (사)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식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꼬치를 만드는 한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발품영업을 하며 쓰러져가던 회사를 회생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식품업계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1992년 ‘이조유통’을 설립하며 대표이사로 변신했다. 오직 ‘한식’으로 승부하겠다며 패기 하나를 밑천으로 시작한 젊은이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레토르트 식품 내수점유율 1위를 이어가는 알짜기업을 일궈냈다. 교동식품의 제품은 현재 온라인판매, 대리점을 통하여 외식업체에 직접 납품하고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와 해외에도 수출하며 매출을 다각화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한식의 세계화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며 우리 음식의 전통성을 기반으로 우리 식문화 대중화 작업을 이끌고, 나아가 한식의 세계화를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통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서 세계인들이 우리 음식을 많이 찾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인의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될 세 가지가 밥과 김치, 그리고 국과 탕입니다. 그중 국과 탕을 세계 속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외래브랜드에 밀리지 않는 ‘한식 브랜드’를 키우고 지원하는 역할을 교동식품이 감당하기를 소망합니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교동식품#하우촌#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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