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아우디 vs 캐딜락 ‘슈퍼세단’ 비교 시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석동빈 기자의 DRIVEN

세상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존재한다. 빠른 차, 편한 차, 실용적인 차, 섹시한 차….

그런데 이 중 인간의 탐욕을 가장 잘 드러낸 차가 ‘슈퍼세단’이다. 스포츠카보다 빠르고, 리무진처럼 넓고, 디자인도 섹시한, 모든 걸 다 가지려 하는 욕심덩어리다. 슈퍼세단들은 차체 길이가 5m를 넘나들고 출력은 기본적으로 500마력 이상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00km를 넘어가고 제로백은 4초면 충분하다.

특히 슈퍼세단 중에서도 600마력이 넘는 아우디 ‘RS7 플러스’와 캐딜락 ‘CTS-V’를 골라 극한까지 테스트해봤다.
개념이 다른 승차감

슈퍼카가 아닌 슈퍼세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괴력의 자동차를 일상생활에도 사용하기 위해서다. 스포츠카와 달리 키 180cm의 성인 4명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서스펜션과 휠, 그리고 타이어는 높은 출력과 초고속 주행을 버틸 수 있도록 크고 강한 것이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일반적인 개념에서 보면 딱딱한 승차감을 보인다.

RS7 플러스의 네 바퀴에는 무려 275/30R21의 타이어가 들어가 있다. 타이어만 봐선 승차감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실제 주행에선 제법 나긋나긋한 모습을 보인다. 바로 에어서스펜션 덕분이다. 컴포트나 자동 모드로 맞춰두고 달리면 일상 주행에서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섀시의 느낌이 갑자기 짱짱해지면서 도로의 작은 굴곡까지 훑어간다.

4륜구동 콰트로인 RS7 플러스와 달리 CTS-V는 후륜구동이어서 전륜 265/35R19, 후륜 295/30R19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 640마력의 출력이 고스란히 후륜에만 전달되기 때문에 뒷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295mm에 이른다.

CTS-V의 승차감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슈퍼세단치곤 약간 부드럽게 설정된 서스펜션과 함께 초고성능 타이어 중에서도 승차감이 좋은 편에 속하는 미쉐린 ‘슈퍼스포츠’ 타이어의 덕도 보는 듯했다. 두 차종 모두 오래 운전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유연성을 갖고 있어서 너무 거친 노면만 아니라면 장거리 주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히 고속 주행에선 리무진 타입의 편안함과는 개념이 다른, 안정감에서 오는 편안함으로 운전이 마냥 즐거웠다.


축지법을 구사하는 마력의 세단

곧게 뻗은 고속도로에선 출력만 높다면 어떤 자동차나 속도를 제법 높일 수 있지만 국도에선 변속기, 브레이크, 섀시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야 안전하고 빠르게 달리는 게 가능하다.

RS7 플러스는 이런 요소들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워서 너무도 쉽고 빠르게 움직인다. 커브를 빠져나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다음 커브까지 순간이동을 하듯이 가속이 이뤄진다. 커브를 돌기 전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면 아무런 부담 없이 원하는 속도까지 딱 감속이 된다. 커브를 돌아나가는 과정에선 에어서스펜션이 차체의 기울어짐을 바로잡아 롤이 억제된다. 자동차가 축지법을 쓰는 듯하다. 단점이라면 배기음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 귀족 집안에서 예절교육에다 무술교육까지 받은 완벽한 청년 같은 이미지다.

반면 CTS-V는 분위기가 다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RS7 플러스보다 0.1초 늦게 반응한다. 물론 불편할 정도는 전혀 아니고, 과하게 반응이 좋은 경쟁자에 비해서일 뿐이다.

CTS-V는 아메리칸 머슬카의 매력을 알려준다. 듣기에 딱 좋은 V8 배기음과 탑승자의 목을 부러뜨릴 듯한 87.2kg·m의 토크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놀이기구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약간 겁이 날 정도로 급격히 가속이 된다. 콰트로인 RS7 플러스는 4륜구동을 바탕으로 빠르게 가속이 되지만 좀 심심한 느낌이라면 CTS-V는 600마력 오버 슈퍼세단이라는 점을 강하게 각인시켜준다. CTS-V는 뒷골목에서 싸움을 통해 다져진 거친 파이터의 느낌이어서 처음엔 부담스럽지만 알아갈수록 매력이 묻어나온다.
슈퍼세단, 서킷 위의 헤비급 선수

사실 슈퍼세단이 서킷에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국도보다 3배는 가혹한 서킷. 급가속과 급감속, 급회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2t에 가까운 질량은 부담이 크다. 넓은 타이어와 강력한 브레이크를 갖고 있다고 해도 코너에선 둔할 수밖에 없고 반복되는 제동에선 대용량 브레이크도 지친다.

이런 기본적인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RS7 플러스와 CTS-V의 서킷 드라이빙은 적잖이 즐거웠다. 몸이 제법 날렵한 헤비급 선수들이 달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RS7 플러스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팽팽한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쭉쭉 뻗어나간다. 엔진과 변속기가 지칠 줄 모른다. 그런데 4륜구동인 탓에 빠르긴 하지만 다이내믹한 맛은 조금 떨어진다. 몇 랩을 달리다 보면 약간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이다.

반면 CTS-V는 서킷 모드로 맞춰 안전장치를 모두 꺼버리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드레날린의 맛을 보러 서킷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CTS-V를 타면 된다. 다만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변속기의 반응이 더뎌지기 시작하고 변속기 보호를 위해 결국엔 변속이 제한된다. 피트에 들어와서 좀 쉬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긴 한다.

종합적인 성능은 RS7 플러스가 분명히 CTS-V를 앞선다. 하지만 1억800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반면 곧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CTS-V는 1억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슈퍼’의 영역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게다가 짜릿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향락적인 자동차에서 단점을 찾는 것은 바보짓이다. 고급휘발유를 잔뜩 먹이고 그저 어떻게 즐길 것인지만 고민하면 된다.

석동빈 선임기자 mobidic@donga.com
#아우디#캐딜락#rs7#cts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