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200여년전 첫 얼음 무역… 인류의 여름을 바꿔 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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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안팎에 적도 기후권에서 살던 사람들의 대다수는 추위라는 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얼음은 아이폰만큼이나 당시 마르티니크 섬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낯설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스티븐존슨·프런티어·2015년)

얼음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기꺼이 500원을 더 내고 카페에서 ‘아이스’ 메뉴를 고른다. 얼음은 냉동실 문만 열면 꺼낼 수 있는 당연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얼음은 인류 문명 생활에서 없었던 기간이 더 길었고, 처음 본 이들에겐 보석처럼 신기한 것이었다. 열대야가 기승인 여름 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의 ‘냉기(COLD)’ 편을 추천한다.

저자는 유리와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등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6가지 특성을 주인공으로 역사를 썼다. 역사는 그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그 결이 달라진다. 미국인 철학자 마누엘 데란다는 “미래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류의 역사를 쓰게 된다면 인간의 역사책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1806년 미국의 사업가 프레더릭 튜더는 인류 역사상 첫 얼음 무역을 위해 80t의 얼음을 싣고 서인도제도로 향했다. 처음 얼음이라는 걸 접한 적도의 주민들은 ‘멍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대부호였던 튜더는 첫 얼음 무역에 성공하지 못했다. 재산을 모두 날리고 빚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얼음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얼음 무역은 급속도로 번창했다. 1850년경엔 한 해에 10만 t의 얼음이 보스턴 항구에서 전 세계로 실려 나갔다.

얼음은 육류의 보존과 장기 운송을 가능케 했다. 이 때문에 철도가 뻗어 나갈 수 있었고, 무역 도시가 번성할 수 있었다. 종국엔 인공 제빙과 냉동식품, 냉동 수정란을 이용한 인공수정 기술로까지 이어졌다.

오늘 당신이 받아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당연하지 않다. 얼음 하나에도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수많은 우연들이 농축된 ‘역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얼음#무역#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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