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기업 국내 상장 조건 까다로워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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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국내 투자자 보호” 한국내 사무소 의무화 등 추진

앞으로 한국 내에 사무소가 없는 해외 기업은 국내 증시 상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싱가포르나 대만처럼 외국계 상장기업에 자국인 사외이사를 두게 하고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의 사후 책임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중국계 상장사인 고섬이 회계 부정으로 퇴출된 데 이어 최근 중국계 상장사인 중국원양자원이 허위 공시로 제재를 받는 일이 벌어지자 해외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문턱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9일 “외국계 상장기업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확인할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보완책을 늦어도 연말까지는 내놓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거래소 및 금융권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한국 내 사무소 설치 △한국인 사외이사 임명 △상장 주선인의 상장 후 책임 강화 등 3가지를 골자로 하는 해외 기업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외국계 기업이 국내 상장을 위해 한국 내 사무소를 내거나 한국인 사외이사를 임명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 상장한 해외 기업들은 홍보(IR) 담당자만 두고 운영하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처럼 허위 공시 논란이 불거져도 국내에서 이를 확인할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등 상장 주선인의 책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증권사가 해외 기업을 상장할 때 최대 50억 원어치의 해당 기업 주식을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증권사가 부실 해외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지 않도록 위험을 분담시킨 것이다. 거래소 측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다양한 해외 기업 상장 관리 제도를 통해 자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대만에서는 상장하는 외국 기업에 자국인 사외이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해외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기업을 상장시키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증권사들이 더욱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며 “다만 사무소 설치로 비용이 증가하고 진입장벽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기업공개(IPO) 시장에 주는 영향을 신중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의 상장 문턱을 높이는 데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는 전체적인 방향은 옳지만 해외 기업의 유입 자체를 거부한다는 인상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건혁 기자
#해외기업#상장#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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