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10조원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위, 초대형 IB 3조-4조-8조 계단식 인센티브案발표

국내 증권사를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같은 ‘메가 IB’로 키우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자기자본 규모가 3조, 4조, 8조 원을 넘어설 때마다 단계별로 업무영역을 넓혀주는 ‘계단식 인센티브’로 ‘메가 IB’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2분기(4∼6월)부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어음 발행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 업무도 할 수 있다. 8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어음관리계좌(CMA)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자기자본 10조 원 이상의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증권사를 의미한다.

○ IB 대형화 위해 계단식 인센티브

육성 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증권사만 운용할 수 있는 IMA는 회사채와 기업 대출 등 기업금융과 관련한 자산을 제한 없이 운용할 수 있어 CMA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이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의 자금 조달 창구가 다양해지는 셈이다. 기업을 상대로 한 환전 업무도 가능해진다.

자기자본이 3조 원 이상인 증권사들에는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대출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새로운 건전성 체계(NCR-Ⅱ)를 적용하기로 해 증권사의 대출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도 나왔다. 국내 기업이 해외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거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국내 증권사가 투자 및 주관을 하는 경우 정책금융기관이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공동 투자해 주기로 했다.

○ 덩치 키워 모험자산에 투자해야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11월 출범할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법인 6조7000억 원(지난해 말) △NH투자증권 4조5000억 원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 시 3조8000억 원 등으로 3조∼6조 원대에 그친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도 3조 원대다. 반면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자기자본이 28조 원, 중국 중신증권은 25조 원, 말레이시아 CIMB는 11조 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이번 대책을 마련한 이유는 국내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도록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총수익에서 중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이르지만, 세계 1위 골드만삭스는 14%(2014년)에 불과하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모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려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자기자본)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에 대해 업계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 규모가 7000억 원대인 하이투자증권 인수전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과 8조 원까지 덩치를 키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들이 덩치만 키운 뒤 계속해서 중개업에만 의존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
#골드만삭스#10조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