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적성을 모를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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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학자 장자는 극단적 상대주의자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절대 자유를 동경한다. 그가 보기에 유가(儒家)는 세상을 점점 복잡하게 만들어 놓을 뿐이다. 자신의 입장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유가는 세상에 법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어디 있는가?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 내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면 하나로 획일화되지만 그것은 어느새 상대방을 옥죄기 마련이다. 그러면 갈등이 생기고 비극이 벌어진다. 모두를 모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장자의 사상은 개인의 인생은 물론이고 경영과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네 그루 나무의 비유다.

옛날에 나무 네 그루가 모여서 살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들어보니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고 뽐내고 있다. 첫 번째 나무가 “나는 단단하고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서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목수들이 나를 좋아하지”라고 자랑한다. 이어서 두 번째 나무가 “나는 아주 맛있는 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나를 좋아하지”라고 으쓱인다. 세 번째 나무는 “나는 아주 향기롭고 예쁜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귀부인들이 나를 사랑하지”라고 말한다. 이렇게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말하던 나무들은 사람들에 의해 하나둘 베어져 나간다. 한편 구석에 처박혀 있던 네 번째 나무는 구불구불 자라고 껍질도 딱딱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였기에, 세 나무가 모두 베인 후에도 홀로 덩그렇게 남게 됐다. 하지만 정작 더운 여름이 되자 사람들이 이 나무 밑으로 모여서 그늘이 시원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 전국 시대의 철학자 장자에 나오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즉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의 우화다.

사물의 쓸모 있고 없고는 사물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달려 있다. 용처를 아는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것도 용처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쓸모없게 보이기 마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자신의 적성을 모르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용(用)이 체(體)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kimchy1@yonsei.ac.kr
#경영의 지혜#경영#리더#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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