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구조조정, 후판-강관-철근 줄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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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컨설팅업체 중간보고서 제출
“조선-에너지-건설 침체 등 영향”
업계 “현실성 부족” 보완 요구

철강업계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후판, 강관, 철근 분야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하며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BCG는 최근 컨설팅을 의뢰한 한국철강협회 측에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BCG는 후판과 철근, 강관 분야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설비 감축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판은 조선업체들이 주로 쓰는데 조선업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예측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강관은 셰일가스 등 에너지 관련 업체에서 주로 쓰지만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역시 전망이 어둡다. 철근은 가장 기초적인 건축자재로 건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에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건설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산 철근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BCG는 후판의 경우 조선업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후판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생산하고 있는데 후판 생산 능력을 합치면 1230만 t 정도다. BCG는 이 생산 능력을 400만∼500만 t 정도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보고서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수정 및 보완을 요청했다. 이에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최종 보고서 제출은 다음 달 중순으로 늦춰졌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포항 후판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합병하는 등 이미 업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며 “이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5∼10%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관계자는 “보완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BCG가 미국 철강업계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측은 “철강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도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돕겠다고 한 만큼 보고서를 참고한 뒤 최종 결정은 업계가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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