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 규제에 묶인 사이… 펄펄 나는 美-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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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까지 내준 게임종주국

해외 게임업체들의 신작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닌텐도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①)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PC 총쏘기 게임 ‘오버워치’(②). 포켓몬 고 홈페이지·블리자드코리아 제공
해외 게임업체들의 신작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한 닌텐도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①)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PC 총쏘기 게임 ‘오버워치’(②). 포켓몬 고 홈페이지·블리자드코리아 제공
‘뉴욕의 거의 모든 인도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가상의 생물들을 뒤쫓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의 표현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타임스스퀘어, 야밤의 공원과 관공서 안에서 스마트폰과 주변을 번갈아 살펴보며 뭔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8일 일본의 게임기업 닌텐도가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 고(Pokemon Go)’를 선보인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해외 게임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러나 한국 게임업체들의 성공 스토리는 나온 지 오래다. 게임 산업의 부활은 불가능한 것일까.

○ 해외 게임업체들의 화려한 부활

나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포켓몬 고의 돌풍은 거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살펴보면 포켓몬 캐릭터들이 곳곳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포켓몬 고는 AR 대중화의 1호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 닌텐도의 주가는 포켓몬 고를 선보인 당일인 8일 8.9% 올랐고 11일과 12일에도 각각 24.5%와 13% 상승했다.

닌텐도는 2000년대에 들어 PC·온라인을 거쳐 모바일로 이어진 게임 시장의 흐름을 놓친 이래 2012∼2014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AR 게임 포켓몬 고의 성공은 콘솔 게임을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했던 닌텐도의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일본의 닌텐도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사로잡았다면 미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PC 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5월 블리자드가 선보인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는 수년간 국내 PC방 점유율 1위였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롤)’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오버워치의 성공에는 블리자드의 실험정신이 주효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대작 PC 게임으로 성장한 회사다. 오버워치가 나오기 직전 블리자드는 7년간 개발해온 대작 게임인 ‘타이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개발팀에서 “재미가 없다. 더 이상 이런 식의 게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늘 해오던 분야였지만 냉철한 판단으로 과감하게 포기하고 총쏘기 게임이라는 비대중적 장르를 개척해 성공한 것이 오버워치인 것이다.

○ 한국, 실험정신 불 지피고 규제 틔워 줘야

글로벌 게임사들의 선전 속에서 국내 게임업계에선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외국산 게임의 점유율은 최근 60%에 육박했다.

일각에선 대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게임사들이 실험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잃을 것이 많아져서인지 실패하지 않을 게임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단기 이익 회수율을 중시하는 주주들의 관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규제들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업계의 불만이다.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제한)와 더불어 ‘결제한도 규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온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한 금액을 50만 원으로 묶어둔 것으로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규제다. 그나마 모바일에서 아이템을 결제한 뒤 PC에서 연동해 사용하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방식이어서 ‘허울뿐인 규제’라는 논란만 낳고 있다.

아이템 거래의 경우 해외에선 재산권으로 인정을 해주는 정도지만 국내에서는 어림도 없는 분위기여서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디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게임을 민간의 자율 규제에 맡겨두고 있다. 게다가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은 게임 개발에 세금 혜택까지 제공하며 지원하고 있다.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은 “창작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실패율을 높이는 규제에도 상당히 민감하다”며 “모든 규제가 불합리한 건 아니지만 이런 특성을 감안해 투자 의욕도 고취시킬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를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재희 기자
#게임#규제#미국#일본#셧다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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