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여신은커녕 기존 만기연장도 어려워… 삼성重, 올 3조원 유동성 공백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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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영 사장, 직원 대상 자구안 설명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이 올해 3조 원의 유동성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수주가 한 척도 없는 데다 시중은행이 여신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던 노동자협의회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구조조정 반대에 나섰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15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구안을 설명하면서 “계약 취소 및 인도 지연 등으로 올해 추가로 필요한 자금이 약 4조 원”이라며 “1조 원은 자산 매각 및 유보금으로 충당 가능하나 나머지 3조 원은 추가 여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현 상태에서 신규 여신은커녕 기존 만기 연장도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전 분야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올해 필요한 자금은 3조9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연내 만기가 돌아와 만기를 연장해야 하거나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2조2000억 원이다. 나머지 1조7000억 원의 운영자금은 유보금과 신규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해양플랜트와 수주절벽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체는 인도 시점에 계약액의 최대 9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5월 말 기준 수주잔량 299억 달러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65%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해양플랜트 인도 일정이 지연되고, 계약 취소로 선수금도 들어오지 않아 자금이 돌지 않게 된 것이다. 셸 프렐류드 부유식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인도 일정은 올해 9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됐고, 4월엔 47억 달러 규모의 브라우즈 FLNG 계약이 해지됐다.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자산 등도 경쟁사에 비해 적어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7∼12월)와 내년 상반기(1∼6월) 주요 해양플랜트 인도가 몰려있는 만큼 인도만 제때 된다면 내년엔 유동성 우려가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자구안이 이행되지 못할까 우려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에 소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7일 삼성중공업의 차입금 1000억 원에 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신한은행도 17일로 예정된 1500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에 대해 3개월 연장 방침을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 유상증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신규 대출이 어려운 만큼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약 6000억 원어치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점, 저유가로 시추설비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1조 원가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분기(1∼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9000억 원, 현대중공업은 8조7000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4조5000억 원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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