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신수정]‘착한 기업’이 오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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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부 기자
신수정 산업부 기자
요즘 소위 ‘나쁜 기업’들이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까지 옥시 제품 판매 중단에 동참하면서 역대 최고 강도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 40대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주부들은 웹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옥시가 생산하는 120여 개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며 이를 대체할 제품을 서로 추천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료소비효율(연비)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결국 닛산으로 넘어갔다. 지난달 20일 연비 조작 사실 발표 이후 판매량이 반 토막 나면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미쓰비시차의 연비 부정 측정이 무려 1991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본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영업소에는 “차량을 되사가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왜 이들 기업은 경영에서 가장 기본인 윤리경영을 하지 않았을까.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이윤 창출, 주주가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간 10억∼20억 원대인 가습기 살균제 시장 규모 대비 3억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흡입독성 실험 비용에 부담을 느낀 옥시가 이 과정을 생략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차와 폴크스바겐은 치열한 자동차 판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연구개발(R&D) 대신 돈이 들지 않는 연비와 배출가스 조작을 선택했다.

당장 눈앞의 주주 이익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이제는 주주보다 고객을 우선시하는 고객 자본주의 시대가 왔다”며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면 주주 가치도 자연히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NS와 인터넷을 통한 뉴스와 정보 확산이 빠른 요즘 시대에 고객 가치를 소홀히 했다가는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먼저 응징을 받게 된다.

기업이 착해져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많은 경영·경제 전문가는 장기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든다. 기업의 부도덕성이 드러날 경우 기업의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히 퇴출당할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2001년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진 후 2개월 만에 파산을 선언한 미국 엔론과 이듬해 비슷한 사태를 겪은 월드컴이 대표적 사례다. 2003년 취임 이후 쭉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윤리경영은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선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라며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 기업’이 되면 사회적 책임 이행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편견과 달리 여러 조사에 따르면 착한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돼 매출이 늘어난다. 인재와 투자자를 유치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착하지 않고서는 결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신수정 산업부 기자 crystal@donga.com
#나쁜 기업#옥시#미쓰비시#착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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