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산업, 최대 30% 세액공제”- 기업들 “탁상공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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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한 명 구하기조차 어려운 중소기업이 신산업 연구개발(R&D)만을 위한 전담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라구요?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지난달 말 정부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신산업 연구개발(R&D) 분야 세액공제률을 최대 30%까지 올리며 해당분야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냉담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정부가 기업 현장을 제대로 알리 못한 채 ‘탁상공론’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조세제한특례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 R&D로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별도 전담 연구조직이 필요하다. 회계처리도 따로 이뤄져야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제, 예산, 금융 상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시해 신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제한조건은 그대로다.

소프트웨어(SW)분야 중소기업인 A사 관계자는 “10명 이내 연구조직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은 당장 먹고 살 기술과 미래 신산업을 같이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몇 개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 연구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라는 조건은 맞추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10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발표한 ‘기업의 신산업 및 원천기술 R&D의 세액공제 활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기업(380개) 중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45.3%(172개)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신산업이나 원천기술 분야의 R&D로 세금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57.1%는 이 제도를 활용한 적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44.1%만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

기업 절반가량이 혜택을 봤더라도 실제 세금 감면 규모는 크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신산업 및 원천기술의 R&D 세금감면 규모는 373억 원에 그친다. 이후 현황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업들은 연간 최대 1000억 원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 R&D에 대한 세액감면 규모가 연간 3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조세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들(54.7%)은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세액공제 정보부족(27.9%)’과 ‘까다로운 세액공제 조건(17.8%)’ 등을 뽑았다. 특히 연구조직을 분리하라는 조건은 R&D 특성상 대기업조차 맞추기 힘든 조건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R&D는 프로젝트 단위로 운용되다보니 원천기술부터 상용기술까지 연달아 이뤄지는데 이걸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오히려 프로젝트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기협 측은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세액공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세액공제 조건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제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활용사례 등을 제공하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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