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훈풍? 정유·석유화학 ‘맑음’…조선·철강·건설은 아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17시 32분


코멘트
석유화학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1분기(1~3월) 실적 훈풍이 불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0일(21일)을 맞아 기재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경제지표마다 온도 차가 있어 ‘봄날’을 거론하기에는 이르지만 경제 주체들 사이에 ‘심리적 훈풍’이 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 해운 철강 건설업종의 실적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워 ‘실적 훈풍’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 마진 상승으로 에너지 업계 실적 ‘맑음’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4284억 원, 영업이익은 491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률(14.3%)이 2004년 4분기(10~12월) 14.5%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치다.

국내 정유업계는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에쓰오일은 34년 만에 첫 적자를 봤다. 하지만 장기 저유가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면서 제품 마진이 유지된 덕에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6.3%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22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도 69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이 45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했다. LG화학은 기초유분,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부문’에서 원재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꾸준히 높게 유지된 데다, 고기능성 플라스틱인 ‘프리미엄ABS’ 등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비중을 확대해 좋은 실적을 냈다. 기초소재부문 영업이익은 4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했다.

● 은행들도 실적 개선

금융회사들도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은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7714억 원으로 전년 동기(5921억 원) 대비 3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분기 전년 동기(2908억 원) 대비 52.4% 늘어난 44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KB금융도 1분기 54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6050억 원)와 비교해 9.9%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1분기에 발생했던 법인세 환급(1803억 원)이라는 일회성 호재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28.3% 상승한 수치다.

● 조선, 철강. 건설은 아직도

포스코는 1분기(1~3월) 매출액이 12조4612억 원, 영업이익이 6598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매출은 10.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3.7%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분기보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5%, 9.8%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여전히 철강시황은 좋지 않지만 최근 중국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탄소강 제품 가격이 소폭 상승해 지난해 4분기보다는 숨통이 트였다. 또 포스코 고유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제품 판매량이 368만2000t으로, 직전 분기대비 25만5000t 증가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2분기(4~6월)에 석유화학을 제외한 조선 철강 건설 등 다른 주력업종은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연구팀장은 “2분기에도 석유화학은 실적이 괜찮을 것”이라며 “반면 구조조정에 직면한 조선이나 철강은 공급과잉 상태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