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될라” 긴장하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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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환율보고서’ 15일께 제출… 정부 “그럴일없다” 예상 속 예의주시
지정땐 美조달 진입금지 등 무역보복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간이 이달 15일 전후로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보고서에 실릴 내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환율정책의 ‘슈퍼 301조’로 일컬어지는 ‘베닛-해치-카퍼 법안’(일명 BHC법)이 올해부터 발효되면서 자칫 한국이 환율 문제에 따른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무역 대상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는 각국에 대한 환율정책 압박용으로 활용됐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더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에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BHC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을 취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보고서를 통한 ‘보이지 않는 압박’이었다면, 앞으로는 물리력을 동원한 제재가 수반되는 셈이다.

문제는 한국이 과거 수차례에 걸쳐 이 보고서에서 환율 문제를 지적받았다는 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보고서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는 한국 정부에 대한 관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2014년 4월에도 미국은 “한국 정부는 극히 예외적 상황에만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국 환율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을 고려할 때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낮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국의 외환정책이 균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외환팀장은 “환율 문제 지적은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에 극히 조심스러워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엔화 가치가 고공비행을 이어가자 개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20개국(G20)은 경쟁적 통화절하와 인위적 개입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환율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인위적 개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도 11일 오전 도쿄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엔대로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7.3원 내린 달러당 1146.5원으로 마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장윤정 기자
#환율조작국#bhc법#무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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