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신을 닮은 인간, 인간을 닮은 기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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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성경에 따르면 신은 자기 모습을 닮은 사람을 창조했다. 인간이 자신을 창조한 신을 닮았다면, 인간 또한 자신과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려는 열망에 항상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형은 기원전(BC) 2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됐지만 인간은 그 이전부터도 자신을 닮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크게 뒤흔든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AI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우선 알파고의 실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해 놀랐다. 두 번째는 알파고를 마치 인격을 가진 존재처럼 묘사하는 일반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 대국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마치 사람처럼 바둑을 둔다든지, 실수를 하거나 승부를 걸 줄 알고, 깊은 고민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20년 넘게 AI를 연구한 필자에게 ‘알파고가 정말 생각할 줄 아는지’ ‘알파고의 상상력은 어느 수준인지’ 등 질문을 했다. 어느 사이에 우리는 인간이 만든 기계에서 인간다운 면모를 찾아내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과연 알파고는 바둑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서 판단할 걸까?

1980년 미국의 존 설이 제안한 ‘차이니스룸(chinese room)’ 연구는 AI가 과연 의식과 마음을 갖는지, 판단할 수 있는지 힌트를 준다. 닫힌 방 안에 중국어로 써 있는 수많은 질문과 그에 대한 완벽한 중국어 답이 적힌 카드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갇혀 있다. 외부에 있는 ‘당신’이 중국어로 된 질문을 써서 방 안으로 밀어 넣으면 나는 질문과 동일한 글자의 카드를 찾고 해당 답의 한자를 ‘그려서’ 방 밖으로 내보낸다. 밖에 있는 당신은 내가 중국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했는지 혹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까?

사실 인류는 아직 스스로가 어떻게 자의식과 마음을 갖게 됐는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계의 행동이 인간과 유사하다면 기계가 자아를 갖는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인간의 총체적 지적능력을 초월한 슈퍼 인텔리전스 혹은 강한 AI가 어느 순간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지난 10년간 AI 기술의 발전은 비약적이었다. 알파고의 사례처럼 이제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시험할 정도다. 이미 많은 부문에서 이러한 AI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작동되고 있다.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AI와 인간은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고 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그 반대보다 절대적으로 크다고 나는 확신한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은 데이터 기반의 지능정보 산업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풍요로운 미래의 중심에 있을지, 아니면 변방에 머물지 결정된다. 지금이 사활을 건 묘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이번 알파고 신드롬 덕분에 AI를 포함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한국 주도의 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AI에 대한 모든 관심이 진정한 변화와 행동,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기계#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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