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예측불허 증시 ‘장수펀드’에 주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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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매니저 3인이 말하는 펀드 선택요령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온 ‘장수펀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장수펀드는 한 펀드매니저가 장기간 투자 원칙을 지키며 운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주식본부장이 각각 8∼13년 된 펀드를 5년 넘게 운용해 장수펀드매니저로 꼽힌다.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신영밸류고배당(2003년 설정), 한국투자네비게이터(2005년), 삼성중소형포커스(2007년)는 국내의 대표적인 장수펀드로 성장했다.

○ ‘원칙’과 ‘안목’이 만드는 장수펀드

3인의 베테랑 펀드 매니저는 “시장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처음 정한 운용 원칙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주식형 펀드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성숙한 투자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의 특정 스타일을 추구하는 펀드에 많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최근 2, 3년간 바이오·중소형주 붐이 일어나면서 관련 펀드가 대거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정 섹터나 스타일에 치우친 펀드는 단기 실적이 좋을 수는 있어도 장수하긴 어렵다는 게 베테랑 매니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박현준 본부장은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리스크 관리”라고 지적했다. 특정 섹터에 치우친 펀드는 리스크가 높아 약세장에 내몰리면 크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리스크 관리가 잘된 펀드들은 시장이 좋을 때 초과 성과를 얻는 반면 시장이 나쁠 때는 시장보다 덜 빠진다”고 설명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장수펀드의 필요조건이라면 좋은 종목을 골라내는 매니저의 안목은 충분조건이다. 민수아 본부장은 “기업이익은 거시변수나 외부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며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경쟁력이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부합하는지 같은 장기적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희 본부장은 “장기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종목에 대한 확신”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종목이 왜 좋은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시장 상황이 변할 때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는 “펀드매니저도 개인투자자들처럼 주가가 오르면 사고 싶고 내리면 팔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며 “결국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약세장을 견뎌야 진짜 좋은 펀드

베테랑 매니저들은 최소 5년 이상 운용실적을 살펴봐야 진짜 능력 있는 펀드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의 사이클이 2, 3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5년 이상 살펴봐야 강세장과 약세장에서 각각 어떤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인희 본부장은 “긴 역사를 가진 펀드는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 어떤 궤적을 그릴지 예측할 수 있다”며 “그 예측가능성을 믿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인력이 너무 자주 바뀌는 펀드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중소형포커스는 설정 때부터 계속 민수아 본부장이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와 신영밸류고배당은 각각 박현준 본부장과 박인희 본부장이 9년, 5년 이상 맡고 있다. 민수아 본부장은 “담당 매니저가 얼마나 펀드를 오래 맡았는지도 중요하지만 해당 운용사가 전반적으로 어떤 투자 철학을 갖고 실적을 내왔는지를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가 어떤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준 본부장은 “펀드도 주식과 같아서 검증된 좋은 펀드는 단기 수익이 부진할 때가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장수펀드#펀드메니저#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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