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전자 분리… 지배구조 개편 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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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SDS 지분 3800억 어치 첫 매각… 삼성생명, 카드 최대 주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SDS 보유 지분 2.05%를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37.5% 전량을 사들였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으로 여겨지던 삼성SDS 지분 일부를 과감하게 정리한 데다 전자 및 금융계열사 간 연결고리가 또 하나 끊어진 만큼 향후 지분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이재용의 ‘승부수’

삼성그룹은 28일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 158만7000주(2.05%)를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3800억 원 상당으로 세금을 내고 나면 이 부회장은 3000억 원 정도를 확보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 자금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SDS 최대주주(11.25%)였던 이 부회장이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11월 상장한 삼성SDS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은 지난해 5월 끝났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상속세 재원 마련 등에 활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해왔다. 삼성SDS가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어 지분이 낮아도 그룹 지배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삼성SDS 지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회생시키는 데 적극 나서면서 책임경영을 다하는 그룹 총수의 이미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가 성공할 경우 2014년 한 차례 실패했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두 회사 간 합병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원샷법은 주식매수청구권 요청기간을 20일에서 10일로 단축시키는 한편 회사가 해당 주식을 매입할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완성돼 가는 퍼즐


삼성생명은 전날까지 삼성카드 지분 34.4%를 가진 2대 주주였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로부터 지분 37.5%를 매입(4339만3170주)하면서 압도적인 지분(71.9%)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생명의 매입가격은 주당 3만5500원으로 총 취득금액은 1조5405억 원에 이른다. 이번 삼성카드 지분 이동으로 삼성전자가 가진 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은 모두 사라졌다. 또 금융투자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떠돌던 삼성카드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하는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양 계열사 간에 얽힌 지분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확실한 방침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가능한 한 풀 건 풀고 단순하게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11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3개 금융계열사는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해 그대로 보유해왔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이날도 각각 300만 주, 170만 주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모든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한 1대 주주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7.92%만 추가로 매입하면 그룹 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는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기업지배구조실 팀장은 “삼성이 만약 통합 삼성물산을 그룹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금융계열사를 총괄할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막대한 지주회사 전환 비용 때문에 아직은 어떤 방향성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아 현재로서는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는 힘들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수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금융지주회사는 비(非)금융계열사 지분을 5%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3%(약 12조 원 규모)를 갖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실무진에서 검토했을 수는 있지만 전혀 확정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 기자
#이재용#삼성#금융#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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