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경제 진단… 2人의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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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혼란 커지면 한국에 충격” ▼

계적 환율전문가 프라사드 교수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세계 경제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들어서면서 글로벌 외환 시장과 자본 흐름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채찍 효과(whiplash effect)’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에스와르 S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사진)는 23일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인 환율 전문가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달러 트랩(The Dollar Trap)’의 저자다.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 간에 경기 사이클과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찍 효과는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선진국)이 손잡이 부분을 살짝만 움직여도 채찍을 맞은 황소(한국 등 일부 신흥국)는 큰 충격을 받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와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는 ‘슈퍼 달러’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브라질, 러시아, 터키, 베네수엘라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인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선진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는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대비책 잘 세운 신흥국 실력차 드러날 것” ▼

셰티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금리 인상은 아주 천천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흥국 가운데서도 누가 더 잘 대비해 왔는지 이제 실력차가 드러날 겁니다.”

수드히르 셰티 세계은행 동아태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미국도 자국의 경제회복에 대해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금리 인상은 조심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셰티 박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15일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여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셰티 박사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서든 스톱(sudden stop)’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흥국들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터키나 러시아 등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취약하고 정치적 혼란까지 겹친 신흥국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에 잘 대비해 온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잘 견딜 것으로 봤다. 긴축발작은 2년 전 미국이 양적완화(QE) 축소 및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국에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자기 선진국으로 대이동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셰티 박사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은 이미 경상수지 구조를 개선하고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등 준비를 잘해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은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금리인상#금융#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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