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꿈 쑥쑥… 대졸 안부럽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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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高 출신들, 국내서 취업후 해외 파견교육 프로그램 호평

스위스 로트크로이츠의 로슈진단 본사 회의실에서 황준봉 씨가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 교육을 받고 있다. 황 씨 등 마이스터고 출신 20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성공모델 지원사업’에 따라 스위스 기업의 한국지사에 입사한 뒤 본사에 파견돼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스위스 로트크로이츠의 로슈진단 본사 회의실에서 황준봉 씨가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 교육을 받고 있다. 황 씨 등 마이스터고 출신 20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성공모델 지원사업’에 따라 스위스 기업의 한국지사에 입사한 뒤 본사에 파견돼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지난해 인천전자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한준혁 씨(20)는 8월부터 스위스 로트크로이츠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 쌓기용’ 유학을 떠난 것이 아니다. 한 씨는 이미 졸업하자마자 세계적인 의료기기 전문회사의 국내지사인 한국로슈진단에 입사한 상태다. 국내에서 1년간 일하면서 직업교육을 받은 뒤 스위스 본사에서 별도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 씨는 “한국에 있을 땐 취업 자체가 목표였는데 해외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꿈이 커졌다”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씨가 취업과 동시에 스위스 현지 직업교육 이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산업기술인력 성공모델 지원사업’ 덕분이다. 해외의 우수 직업교육시스템을 활용해 글로벌 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2일 KIAT에 따르면 ‘산업기술인력 성공모델 지원사업’은 해외 기업의 국내지사가 고졸인력을 채용해 해외 본사와 연계된 커리큘럼에 따라 훈련하고 전문기술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주한 스위스대사관, 스위스엔지니어링협회(SWISSMEM) 등과 협업해 스위스의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취업 후 1년간 국내에서 독일어, 영어 등 언어교육과 직무교육을 받은 후 해외 본사로 가서 최대 2년간 본격적인 직업훈련프로그램을 받는다. 이후 국내로 복귀해 대졸자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참여 기업들에는 교육훈련운영을 위한 교육지원비가 제공된다. 현재 한국로슈진단, 뷸러, 맥슨모터코리아 등 13개 해외기업이 21명을 채용해 국내외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장 중심의 도제식 직업훈련인 스위스 중등직업교육(VET)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VET는 고등학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직업학교에 다니며 일주일에 1, 2일은 학교 수업을 받고, 3, 4일은 기업에 가서 실무교육을 받는 형태다. 현재 스위스의 5만8000개 기업이 약 8만 개의 실습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에 그치지 않고 바로 채용으로 이어져 직업교육훈련이 고용창출과 연계되고 있다.

스위스에서 교육받고 있는 한 씨는 “월·화요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수∼금요일에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다”며 “고등학교 때는 내가 배우는 것이 나중에 취업에 도움이 될지 걱정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기업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전문적으로 배우게 돼 유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KIAT 관계자는 “스위스의 교육제도는 낮은 청년실업률, 높은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학교에서 기업이 원하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기업들도 주도적으로 기술인재를 육성하는 데 소홀한 한국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 지원사업 참여기업과 훈련생들에 대한 교육훈련 운영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1기 훈련생이 국내에 복귀하는 내년에는 해외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벤치마킹을 통해 한국 기업의 실정에 맞춰 재설계한 한국형 VET 커리큘럼을 개발할 계획이다.

KIAT 관계자는 “한국 청년 인재들이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스위스 기업에 간다면 고급 산업기술을 손쉽게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며 우리만의 일·학습 병행 제도를 만드는 데도 이들의 경험이 소중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마이스터고#마이스터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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