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기업 군침도네”… 사모펀드, 식음료업체에 잇단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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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버거킹 등 4년새 10여곳 ‘꿀꺽’
성장성 높고 사업모델 단순한 장점… 경영개선 통해 몸값 끌어올려
기업도 사업확장 자금확보 윈윈

최근 패스트푸드 업계는 햄버거 체인 버거킹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다. 2014년 버거킹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의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17.6%, 1.1%로 버거킹보다 낮았다. 외형만 성장한 게 아니다. 버거킹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37.5%로 맥도날드(39.3%)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롯데리아(―21.2%)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2012년 버거킹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에 매각된 뒤 나타난 변화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거킹은 주인이 바뀐 뒤 신메뉴 개발, 24시간 영업, 배달서비스 도입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PEF 업계에서는 ‘제2의 버거킹 찾기’가 한창이다. 외식업은 사업모델이 단순한 데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몸값이 크게 오르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매각) 때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해산물 뷔페 프랜차이즈 ‘토다이’가 최근 PEF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7월 신한금융투자는 ‘신한프랙시스 K-Growth 글로벌 PEF’를 통해 250억 원을 투자해 토다이의 2대 주주가 됐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총 수익률 4∼19%와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9월 400억 원대의 투자금 유치를 시도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도 외식 업체를 탐내던 PEF 업체들의 관심을 받았다.

현재 서너 곳의 식음료 업체들이 PEF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한정식 체인점 ‘강강술래’ 등은 사업 확장을 위해 PEF 등으로부터 투자금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PEF는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팥빙수전문점 ‘설빙’처럼 이름이 알려진 업체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PEF의 국내 외식업 및 식음료 업체 진출은 미국계 업체 모건스탠리PE아시아가 2011년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 등을 거느린 놀부NBG를 약 1200억 원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이어 치킨 프랜차이즈 BHC, 패스트푸드 KFC,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 한우전문점 창고43 등 10여 곳이 사모펀드에 넘어가거나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PEF가 외식 업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성장성이 높고 수익 창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다른 업종과 달리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현금 흐름만 개선해도 성과가 나오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PEF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바이오, 화장품 등 기술기반 산업보다 구조조정과 경영 개선이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유행에 민감한 외식 업계 특성상 투자부터 바이아웃 시점까지 브랜드 가치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합병(M&A)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PEF는 평균 5년 투자 후 매각을 추진하는데, 그 사이 소비자들의 입맛이나 유행이 변하면 기업가치가 한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놀부NBG 등 사모펀드가 인수했던 회사의 매각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을 수 있다. 그러나 IB 업계 관계자는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1인 가구가 늘고 외식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PEF의 식음료 업체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외식#기업#사모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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